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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북클럽2기] 글쓰기의 최전선
글쓴이 최혜련

글쓰기의 최전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반성하지 않는 삶을 살 가치가 없다고. 

나는 이어서 말하고 싶다. 기록하지 않는 삶도 마찬가지라고.


 물론 소크라테스는 기록과 글쓰기를 경계했다. <파이드로스>에서 그는 문자를 배운 사람들이 기억에 무관심해지고 영혼 속에 망각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대 그리고 아테네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흡수하며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에게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반성의 전제조건을 기억으로 본다면 오늘날의 기록은 기억과 반성을 위해서 필수적인 수단이 된다. 따라서 반성의 구체적인 행동이 기록이 된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시대에 기록은 사진이나 영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성적 사고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글쓰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글쓰기는 성실하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글쓰기의 당위를 공감할만한 책을 만나야했다. 바로 그 책이 <글쓰기의 최전선>이다.

 은유 작가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쓰기 수업의 여정이 이 책에 담겨있다. 작가의 수업이지만 ‘가르침’보다는 ‘어울림’이 있고 ‘글’ 이전과 이후에 ‘삶’이 있는 책이다. 속성의 글쓰기 교습법이 담긴 책이 아니라 인생 전반의 사유를 글쓰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에 공감하는 책이었다. 교실의 한자리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듯한 생생함도 느껴졌고, 오랫동안 진행된 수업의 정수만을 남긴 책이라는 생각에 진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만의 언어 발명하기.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까닭이다. (16)


 주어와 목적어, 동사로 이루어진 최소단위의 문장 만들기. 이는 독자만이 아니라 필자에게도 이롭다. 글쓰기는 생각쓰기다. 머릿속 생각을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151)


 글쓰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정보와 감정에 일종의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주제’를 부각하는 행위이다. (151)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제나 글을 써왔다. 하지만 글쓰기의 기본을 생각하지 않고 분량을 채우거나 논점에서 이탈하지 않는 일에만 골몰해온 듯하다. 글쓰기라는 작업 자체에 집중하다보면 글의 대상이 되는 삶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갖게 되고 이로부터 삶의 자유와 주체성을 획득할 수 있다. 작가는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며 그들의 글을 넘어서 삶 속으로 들어간다. 이를 통해 얻는 지혜를만날 수 있다.


 글쓰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나를 세속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하는 것들과 잠시나마 결별할 수 있으니 관성적 생활 패턴에서 한발 물러서는 기회만으로도 글쓰는 시간은 소중하다. (10)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정체성의 재확인이 아니라,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가고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희망했다. (74)


 이 책은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응축된 노하우를 전수하기 이전에 글을 통한 삶의 해석이 인생 전반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마치 글쓰기 수업에 대한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진다. ‘최전선’이라는 제목 떄문인지 모르겠지만 글쓰기 그 자체의 가능성이 얼마나 무한한지를 눈으로 확인한 기분이다. 그러면 이제 글을 쓰자, 결심을 하게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