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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 문장 쓰는 법 / 김정선
글쓴이 노문희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는 건 아마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거 아닐까? 듣는 사람이 있든 없든, 누구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표현 중의 하나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그럼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몇 문장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또 궁금해진다. 그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다. 일단은 써야 하고, 그렇게 쓴 글을 자꾸만 들여다보고 고치고 또 고치면서 계속 확인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 『열 문장 쓰는 법』으로 반전을 일으키면서 글쓰기의 노하우를 속성으로 전수한다.


누구든 훈련만 거친다면 제아무리 길고 복잡한 문장이라 해도 주어와 술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능숙해질 수 있다. (29페이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습관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40페이지)


이 책의 구성이 좀 특이하다. 처음에는 저자의 전작처럼 그냥 잘 읽히는 글쓰기 산문처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챕터는 나누고, 그 챕터마다 글쓰기의 다양한 방법과 시도를 언급한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총 24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는 글쓰기 연습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먼저 하나의 글을 자유롭게 쓰게 한다. (저자는 자기가 직접 쓴 글로 예시를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씩 제안한다. 입장을 바꿔서 써보기('나만의 것'이 아닌 '너만의 것'에 대해 쓰기)로 내가 보는 방향에서 생각하고 쓰던 것을 반대의 입장에서 같은 상황을 보고 생각하게 한다. 이 부분은 '나만의 것'에서 '모두의 것'으로 쓰라는 다섯 번째 챕터와 연결되는데, 우리가 어떤 말을 들을 때 귀에 잘 들리고 안 들리고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나만의 것을 모두의 것으로 풀어내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내가 아는 것을 모두가 알게 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말처럼 들려서 웃음도 났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보면, 이는 또 소통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하는 말이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라면, 저자의 말처럼 나와 모두의 거리를 좁히는 게 힘들 수도 있다는 의미일 테니 말이다.


말과 글의 차이도 경험하게 하는데, 이것은 내가 하는 말을 녹음해서 듣게 하는데, 진짜 피부로 확 와 닿는 가르침이었다. 같은 의미를 전달하는데, 목소리로 하는 말과 글로 표현하는 말이 너무 달랐다. 입을 통한 말은 너무 길고 장황해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단점을 보완하면서 차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게 글이었다. 이 경우는 나도 선호한다. 나는 그다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항상 걱정하고 의심하면서 상대방과 이야기한다. 같은 의미를 전달하는데 말하는 방식과 선택하는 단어에 따라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문자나 급한 전화 한 통 보다는 이메일이나 조금 천천히 말하는 방식이 좋다. 글쓰기는 나처럼 노파심에 무슨 말을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대화법이다.


같은 글을 짧게 쓰고 길게 쓰는 연습을 함으로써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다. 짧게 쓰는 문장이 읽는 이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길게 쓰면서 느껴지는 이야기의 늘어짐은 또 어떻게 보완하면 되는지 동시에 알려주는 셈이다. 같은 재료를 놓고 활용하는 여러 레시피를 펼쳐놓은 것처럼, 어떻게 시도하면 같은 문장이 이렇게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는지 눈앞에서 확인시켜주는 게 놀라울 뿐이다. 의미 있게 들려왔던 부분은 '글쓰기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채우는 작업'(챕터 12)이라는 거였다. 예를 들면, 우리는 어떤 경험이나 상황을 전달하고 싶을 때 시간 순서로 나열한다. 언제 일어났고 무엇을 먹었고 얼마나 일을 했으며 어떤 마무리를 했는지 적었다고 한다면, 그건 시간을 적은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단순하게 시간의 흐름을 적은 게 아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감정이 다르다는 것. 느리거나 빠르게 흐르는 상황의 시간이 글을 흐르게 한다. 자연스러운 흐름이 저절로 느껴진다면, 그건 시간을 채우는 문장 때문일지도 모른다.


24개의 챕터를 통과하려면 저자가 내준 숙제를 해야 한다. 저자가 먼저 자신의 글로 숙제를 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바로 앞에서 오답 노트를 보여주는 것처럼, 글의 다양한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그러다가 깜빡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알려준, 길게 한 문장 쓰기로 문을 열었던 첫 페이지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무슨 추리소설의 반전을 확인하는 순간 같다. 처음에 저자는 길게 이어지는 한 문장 쓰기로, 한 문장도 못 쓰는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자, 써보자. 그렇게 길게 쓴 한 문장을 다시 끊어서 여러 문장을 만든다. 이는 길게 쓴 문장을 계속 살펴보면서 어떤 부분이 어색하고 이상하지 찾을 기회였다. 계속 쓰면서 읽고 또 보고 있자면, 연결된 한 문장에서 반복되는 단어가 없는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표현되고 있는지 집중할 수 있다. 정작 가장 중요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써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거였다. 그 확인의 절차가 글쓰기 연습이다.


나누어 쓸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그리고, 그래서, 그런데, 그러나(하지만)' 같은 접속부사와 '이, 그, 저' 같은 지시대명사를 되도록 쓰지 않고 문장을 이어 가는 겁니다. (61페이지)


꼭 글쓰기로 밥 벌어먹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요즘에는 글쓰기가 습관처럼 되어 간다. 간단하게는 SNS부터, 가까이에는 휴대폰의 문자에서도 글쓰기는 우리의 일상에 가깝다. 알게 모르게 모든 순간에 타인과 글로 소통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보고서를, 개인적으로는 일기나 메모를 쓰기도 한다. 어쩌면 누구나 글을 써야 하는 시대로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에게 글쓰기는 피하고 싶은 숙제처럼 막막하고, 멀미가 날 정도로 괴로운 일이다. 저자는 이렇게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나만의 것'과 '모두의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좁힐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그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노력이 바로, '나만의 것'이 '모두의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차근차근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쓴 문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일으킨 반전이 길게 쓰기에서 짧게 쓰기로 변신하는 거였다. 앞서 반전이라는 표현으로 이 책을 말했다. 저자는 요즘 강조되는 짧게 쓰기의 압박에서 벗어나라고 하면서 일단 한번 써보기만 하라는 듯이 길게 쓴 한 문장으로 시작했다. 같은 내용이면서 다른 문장으로 적으면서, 때로는 줄여 쓰고 늘여 쓰면서 분량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말한다.


어떤 성격의 글을 어떤 방식으로 쓰든, 글을 쓰는 순간 우리는 이미 소통을 시작하는 셈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19페이지)


결국, 처음 길게 쓴 한 문장으로 시작한 설명은 열 문장으로 바꾸어 쓰는 훈련이었다. 짧게 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일단 쓰게 한 다음, 짧게 쓰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한다. 누구나 말하는 짧게 쓰는 일을 재밌게 설명한다. 제각각 이유는 달라도 우리는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고, 또 글쓰기가 부담되는 건 사실이기에 저자의 이런 가르침이 귀하게 들려온다. 뭔가를 쓰면서 지금의 나와 조금은 다른 나를 발견하고 가꾸어 나가는 게 글쓰기라고 의미를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소통은 물론이고, 더 넓게 많은 것을 보는 시야를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