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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제법 안온한 날들
글쓴이 김지인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와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에세이니까. 응? 그런데 병원 이야기치고는 제목이 무척 따뜻하네. 두근대는 마음으로 남궁인 작가의 <제법 안온한 날들>을 펼쳤다. 매초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응급실이라는 곳에서, 오늘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그를 떠올리면서. 


사람은 죽는 거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는 거다. 할아버지는 계속 사랑하는 사람일 거다. 잘했다, 인아. 수고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남궁인 작가의 에세이는 대부분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물론 응급실에서 일어났던 일과 환자들과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내 눈길을 끌었던 건 평범한 일상 속 남궁인 작가의 모습이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라니.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매력적이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조합이었으므로. 


나는 별 볼 일 없는 자아실현을 추구하다 굴러떨어진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건져올려졌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야외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받을 수 있는 커피 한 잔에 담겨 있었다.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워낙 죽음을 많이 보니까 감정도 메마르고 삶의 여유라곤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평범한 일상의 평화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런 사람의 글이라면 꼭 읽어봐야지 않을까? 


삶의 의미는 나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죽음은 있다. 삶의 의미라든가 목적을 찾기 위해서 <제법 안온한 날들>을 펼칠 생각이었다면, 그 생각은 그대로 곱게 접어 서랍 속에 꼭 넣어두시길. 하지만 책은 꼭 읽으시길 바란다. 죽음 앞에서 그 어떤 충고도, 어떤 위로도 감히 건네지 못하는 한 의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더니 존경이란 말 외에는 다른 게 떠오르지 않더라. 의학드라마에서 멋지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분들은 존경받아야 한다. 이 책을 읽어 참 다행이다.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는 걸 느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