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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주토끼/정보라/아작
글쓴이 박서현

부커 상 후보에 올랐으나 안타깝게도 상은 받지 못했지만,

읽는 내내 출판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왜 후보에 올랐는지 짐작이 갔다.

SF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부커 상 후보라는 타이틀보다 단편들이 모여있는

SF소설 집이라는 것과 여성 작가라는 것이 이 책을 선택하게 했다.

 

먼저 저자 정보라는 1976년 서울 태생이다.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교 러시아.동 유럽 지역 학 석사를 거쳐 미국 인디 애나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연세 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강의와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9편이 단편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한 편 씩 한 편 씩 읽을 때마다 어떤 건 등 짝이 오싹하기도 하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반전이 있기도 했다.

기묘하기도 하고 괴상하기도 하면서 여러 개의 VR을 번갈아 꼈다 뺏다를 하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한 편을 읽는 동안 긴 숨을 참고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올라와 참았던 숨을 몰아 쉬게

만드는 매력을 느꼈다.

 

저주토끼를 시작으로 머리/ 차가운 손가락 / 몸하다 / 안녕, 내 사랑 / / 흉터

즐거운 나의 집/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 재회 까지 모든 이가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 중 가장 어두운 곳 들만 골라 놓은 듯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나의  내면 속에 있는 쓸쓸함, 잔인함, 복수심, 파괴적인, 사납고 거친 면 들을 대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포가 하고 싶어 손가락이 간지럽지만, 다가오는 여름에 공포 영화보다는 정보라의 저주 토끼를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가의 말을 대실 빌어 마무리 해야겠다.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