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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맨스필드 파크] / 제인 오스틴
글쓴이 황송이

5월이 지나간다. 5월 가정의 달 덕분인가. 다양한 행사로 붐볐지만 올해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특별히 5월은 가정의 달 이외 입양의 날도 있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 가정의 분위기는 어떨까. 서로 적응하고 배려하면서 새 가족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 그래도 당분간 낯선 분위기는 받아들여야 할 숙제일 것이다.

 

내가 이번에 읽은 도서는 입양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친척집에 살러 간 여주인공이 부모 대신 의지하는 낯선 사람과의 관계와 주변 환경이 예사롭지 않다.

 

여주인공 패니 프라이스는 가난한 집안의 맏딸로 열 살 때 집을 떠나 이모부 버트럼 경의 집에서 자란다. 이모부 자택을 포함한 정원 이름이 책 제목인 맨스필드 파크이다. 성격 자체가 내성적인 데다 자기 편이 없는 주변 환경 덕분에 그녀는 매사에 더 소극적이 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둘째 이모인 레이디 버트럼은 패니에게 무관심을 보인다. 이 와중에 목사 남편을 여읜 큰 이모로부터는 극심한 구박을 받는다. 패니의 사촌인 톰은 중독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여자 사촌인 마리아와 줄리아는 패니를 무시한다.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패니를 보살펴 주는 이는 둘째 아들인 에드먼드였다. 주변 자매, 형제들이 건전하게 성장하지 못한 탓인지 사랑의 도피 행각은 기본이다. 반면, 아름답고 진실한 인간으로 성장한 패니는 이모부 내외의 위안이자 자랑이다. 이들은 패니에게 헨리 크로퍼드라는 부유한 청년과 결혼을 강요한다. 하지만 패니는 주변 인물들의 많은 추문과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 딱히 반응하지 않는다. 결국 계속 사랑해 온 에드먼드와 행복한 결혼을 한다.

 

의붓어머니, 의붓자매 사이에서 구박을 받고 이겨내는 주인공 이야기는 자주 접해서 익숙하다. 주인공이 친척집에 입양되다시피 양육되어 성장하는 이야기도 종종 눈에 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영국 소설이 있을까 살펴보았다. 샬럿 브론테가 지은 제인 에어도 외삼촌집에 살러 오면서 외면당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갖은 시련을 이겨내고 교사가 되고 귀족계급과 결혼하는 결말이 이 책의 소설과 비슷한 분위기이다.

 

제인 오스틴이 집필하던 영국 사회는 여성은 남성의 먹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이 통념의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위해 저자는 간접적으로 여성이 자신만의 주도적인 삶을 내건 소설을 집필했다.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 주인공 여성이 남성의 배경을 의지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래서일까. 패니의 순종적인 모습은 기존 저자가 담고자 애쓴 여주인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반전의 매력을 위해서일까. 이모부 토머스 경의 결혼 강요부분에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담대히 거절하고 모든 상황을 참고 기다리는 기지를 발휘한다. 절실함 속에서 삶의 처세술을 잘 발휘하는 패니의 행동은 조금 느린 감이 있다. 하지만 결말이 진행될수록 그녀의 노력에 보상이 주어진다. 자신을 사랑을 이룬다. 어쩌면 지혜로운 여성이라는 평가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가정환경이 인간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알고 있다. 일상속에서 상류계급이 벌이는 무가치하고 저급한 파티와 험담 그리고 향락을 바라보며 패니 또한 자신만의 잣대를 가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내성적이며 순종적인 성격을 잘 이용하여 친척에게 잘 보이면서 편하게 살고 싶었을 수도 있다. 내 편이 없는 집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본심과 생각을 숨기면서 겉으로 웃고 참는 삶은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패니는 실처럼 가늘지만 작은 희망이 행복으로 갈 수 있음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신선한 매력을 제공한다.

 

영화화된 맨스필드 파크의 배경은 영국귀족 소유의 대저택의 부유함과 힘의 과시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모래보다 작은 패니의 존재는 맨스필드 파크에서 점점 영향력이 있다. 이 큰 저택의 긍정적인 울림을 주는 존재가 된다. 이 소설을 통해 나 또한 상황과 환경을 보지 말고 그 이면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보고 싶다. 시원한 맨스필드 파크의 바람을 상상하며 패니와 에드먼드의 행복한 결혼 뒷이야기가 독자의 상상 속에 계속 이어지길 바래본다.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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