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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용서하지 않을 권리
글쓴이 안지현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매스컴에서는 가해자 위주의 보도가 넘쳐나고 많은 사람들은 사건의 잔혹성에 대해 주목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사건 뒤에 남겨진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범죄를 미리 알고 예방해야 피해자가 될 확률이 적어지는 게 아니다. 단지 그런 범죄를 일으키는 가해자가 주위에 없어야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피해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내가 그 곳에 가지 않았다면' '내가 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라고 후회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지금까지 피해자가 되지 않은 이유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가족을 잃은 이유가 살인사건이라면 그 유족들이 감당하지 못 하는 부분은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가해자에게는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해주면서 정작 피해자에게는 모든 피해 사실을 진술하도록 강요한다. 

(실제로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그 당시 신음 소리를 다시 흉내내보라고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증거가 부족하면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실패하고 

간혹 증거 불충분으로  진짜 피해자가 무고죄로 가해자가 되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려고 하거나 트라우마가 심해 무감각 상태가 되어 덤덤해 보인다고

피해자 같지 않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일도 일어나고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에 갔을 때 피해자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예를 들면 가족 살인사건으로 경찰서를 찾았는데 다른 경찰관이 아무렇지 않게 들고와 책상 위에 올려 놓은 것이 자신의 가족을 죽일때 쓴 범행도구인 적도 있다)를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내가 피해자의 지인인 경우 위로한답시고 하는 태도 중에 잘못된 것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이웃이 2차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범죄를 일으키지 않는 것보다 2차 가해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인데도 갈수록 2차 피해는 늘고 있다고 한다.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 억제되어도 그것과 연결된 강렬하고 공포스러운 정서는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자해는 죽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일 수 있다. (p 174)


피해자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실무자는 구원자가 될 수 없다. 피해자를 구원하는 것은 오로지 피해자 자신뿐이다. (p 207)


피해자는 출소한 가해자가 어딘가에서 보복할 것만 같아 평생을 공포에 떨며 살아가야 한다. 

주위 사람들은 빨리 회복하면 매정하다하고

늦게 회복하면 왜빨리 못이겨내냐고 다그친다.

범죄가 이루어지는 그 순간부터 피해자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고 너무나 긴 시간을 괴롭게 보내야 한다.


그래도 돌봐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알림으로써 또다시 2차 피해를 받지 않는 제도와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시급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추천!


*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