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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1기] 방랑자들 - 멈추지마 . 인생의 게이트는 언제나 열려있다.
글쓴이 노은숙




나는 웨이트리스였고 고급 호텔의 청소부였고 유모였다.


책을 팔기도 했고 표를 팔기도 했다.


작은 극장에서 한 시즌 동안 의상팀에 고용된 적도 있는데, 그때 나는 무대 뒤에서 무거운 의상과 새틴으로 만든 망토, 그리고 가발 들에 둘러싸여 추운 겨울을 났다.


학업을 마치고 난 뒤에는 교사로 일하기도 했고 재활 상담사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일했다.


약간의 돈이 모이면 곧바로 여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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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사람의 여행이야기 인줄 알았다. 끊임없는 여행, 방랑을 통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나 싶었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런것 처럼 , 스토리가 연결되고 나오는 인물들이 정해져서 읽다보면 주인공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되는 형식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인다.

나 또한 스토리가 있는 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116편으로 구성된 이작가의 이야기가 낯설었다.

서너살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하더니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 공기, 심리학등의 철학및 과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100페이지까지 읽으면서 무슨 이야기인지 ?

방랑자들은 언제쯤 나오는거야 ? 하면서 읽게 된다.

이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내가 아는 지인이 읽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 ? 하고 물어보았더니 " 아니 무슨 소리인지 잘모르겠는데 어째든 재미는 있어 , 그리고 특이하다고 할까 ? " 라는 말에 나도 이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독서론( 거창하게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 은 내가 좋아하는 책, 즉 재미나고 쉬운 책만 읽지 말자, 이다.

독서가 즐거움도 있지만 , 거기에 나 자신을 키우는 측면도 있다고 여기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접하지 않는 분야, 형식, 이야기등도 꾸준히 읽어야 한다고 그래서 주위에서 난해하다거나 어렵다는 책 덕후들이 말하는 책은 억지로라도 접해보려고 한다.

사실 나에겐 이책은 소설 형식의 파괴같은 책이다. 어릴적에는 스토리가 없으면 무슨이야기야 하면서 절대 안읽었는데, 이런 책들이 주는 의외성 - 새로운 형식이 주는 재미와 매력이 읽는 순간에 톡톡 터진다.

" 머리속에서 생각들이 톡톡 터진다 " 라는 개념을 잘 이해 할 수 없었는데 , 방랑자들을 읽으면서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 그리고 작가가 펼쳐놓은 인물들에 집중하는 그 어느 순간 

 

왜 우리는 이러고 살까?

인생이란 ,삶이란 ,여행이란 ?


이런 물음들을 내 자신에게 던지고 있었다.


완결되는 스토리속에서 감동을 받고 즐기고 " 아 재미있다 " 하고 끝나버리는 이야기와 달리 이책은 나에게 수많은 질문들을 던져준다.

왜냐하면 116편의 이야기들속에서 어느 하나 ,익숙하고 단순한 삶과 이야기가 없다.

평범한 인물들 속에서 그들이 내리는 색다른 선택들 과 행동들이 읽는 동안은 짜증이 나고 심술을 부리고 싶기까지 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읽다보면 그 인물에 동화되어 작가가 내리는 결말과 내가 내리는 결말이 달랐으면 하는 바램, 또는 그뒤의 이야기를 내맘대로 추측하고 설정하는 이야기꾼이 되어간다.

시작도 어느 순간 시작하지만, 마무리도 어느 순간 끝나버리는 형식들, 그리고 공간과 시간이 순서없어 왔다 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느끼는 현실과 과거 그리고 미래의 삶이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이루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특히 장애아와 어딘가에 갔다가 2년만에 돌아온 남편으로 인해 삶의 고통을 받고 있던 여인 아누슈카와 그녀가 만나게 되는 지하철역사에 앞에서 소리치는 어느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 삶이 던지는 형벌에 대한 생각과 그것에 던지는 무게에 대해 우리는 그냥 받아들여하는가 ?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그 앞의 이야기들에서 잡히지 않았던 이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누슈카 그녀의 선택을 통해서 그리고 소리치는 여인을 통해서 어느 순간 " 머리를 때리면서 " 다가 왔다.

우리가 국가를 만들고 한곳에 정착하고 직업을 갖고 아이를 낮는 모든 단계들이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결정이었을까 ?

이 세상에서 자신의 고유한 자리를 차지한 모든 것, 모든 나라와 교회, 인간이 세운 정부, 이 지옥에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모든 것은 전부 그자의 지배를 받고있다.

그자는 물욕, 권력, 탐욕등등 을 가리킬 수도 있고 , 또는 내가 규정지는 어떤 한계와 편견들일 수 도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정착하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혁명을 통해서 더이상 방랑하지 않음으로써 떠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잃어버리고 점점 더 불행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이책이 던져주는 이야기는 그런게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

생각을 멈추고 , 행동을 멈추고 , 이동을 멈추는 순간 점점 불행해질 수 있는 현실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는 " 방랑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 인생이 여행이라면 그 곳에서 방랑자들로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 세상의 이야기를 116편을 통해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멈추는 자는 화석이 될거야. 정지하는 자는 곤충처럼 박제될거야.

심장은 나무 비늘에 찔리고, 손과 발은 핀으로 뚫려서 문지방과 천장에 고정될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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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생을 여행하는 방랑자들 우리 인간들은 , 인간박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 , 또다른 불멸을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인간을 미라화 하거나 장기를 저장 방부하는 연구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 같다.


인간은 창조의 중심에 놓여 있으므로 ,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신의 것도 다른 그 어떤 피조물의 것도 아닌 인간의 것이므로 .

우리가 이룰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영생.

맙소사 , 그렇기에 감히 불멸의 존재를 꿈꾸게 된것은 아닐까 ?

306페이지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냥 쭉 읽어라 !! ,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살아가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 책의 흐름도 그러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꿈꾸고 희망하고 때론 의미를 알게 되는 것처럼 .인생도 ,책도 그리고 여행의 이유도 ...


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여행을 시작할때 게이트 앞에서 서는 설레임처럼



천사처럼 아름다운 승무원들이 우리의 여행 적합도를 확인하고 난 뒤,

호의적인 손짓으로 우리를 들여보낸다.

폭신한 카펫이 깔리고 둥근 벽이 에워싼 터널 속으로 .

우리의 눈에 비친 그들의 미소에는 일종의 약속이 담겨있다.

그 미소가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 태어날 것이라고 .

이번에는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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