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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녹나무의 파수꾼
글쓴이 홍진영


되는대로 막 살아오던 청년 레이토는 유치장에서 감옥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 갑자기 구세주처럼 나타난 부자 이모님이 빼내줄테니 시키는 일을 할래? 하고 딜을 한다.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도 아니고) 녹나무 파수꾼이 되는 것. 알고보니 그 녹나무는 소문난 소원명소, 바로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의 나무였다. 특히 보름날과 그믐날 밤에는 철저한 신분 확인 후 1인 예약제로 기도를 올릴 수 있다는 것. 도대체 이 오래된 나무의 비밀은 무엇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보다보면 환상적이라기보다는 몽환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미스터리함이 가득하지만 따스함이 있는, 꿈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녹나무를 통해 서로에게 자극 받으며 토닥임과 용기를 얻는데, 전작들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과 인어가 잠든집 과 비슷한 결의 소설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믿음을 통해서만 느껴지는 시공간을 초월한 ‘그것’들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녹나무는 연결고리일 뿐 약간의 슬픔과 코 끝 찡한 기적, 그리고 감동이랄까.


진심으로 바란다면 위풍당당한 녹나무의 신비한 힘으로 마음 속에서 그 대답이 들릴 것 같다. 살아간다는게 언제나 녹록치 않다. 크고 작은 고민 속에 감춰뒀던 내 소원도 슬며시 말하고 싶어진다.


;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다음부터는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분명한 자기 의사에 따라 답을 내는 게 좋아. 동전 던지기 따위에 기대지 말고.


; 잊어버렸다는 자각도 없다면 그 곳은 절망의 세계 같은 게 아니죠.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세계예요. 데이터가 차례차례 삭제된다면 새로운 데이터를 자꾸자꾸 입력하면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