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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시 만난 헤르만헤세 데미안과 그의 소품들 , 다읽고나니 다시 또 데미안 읽고 싶어진다.
글쓴이 노은숙





내 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9 페이지 ..


언제나 읽어도 좋은 첫구절을 만나면서 헤르만 헤세 의 디에센셜 시작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세번 읽으면서 데미안을 깊이 파악했다기 보다 헤르만 헤세와 친숙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한번 읽을때는 스토리에 집중하고 두번 읽을때는 마크 데미안에게 관심이 갔고 세번째 읽으니 헤세가 만드는 두번째 세계에 빠져든다.


한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더러는 결코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치고 말며, 도마뱀에, 개미에 그치고 만다.

더러는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물고기인 채로 남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인간이 되기를 기원하며 자연이 던진 돌이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유래가 같다. 어머니가 같다.

모두는 같은 협곡에서 나온다. 똑같이 심연으로 부터 비롯된 시도이며 투척이지만 각자가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하여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풀이를 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데미안 페이지 12 .



그리고 디에센셜 시리즈는 데미안으로 깊은 헤세를 만나고 나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헤세의 소품들이 가득하다.

환상과학, 사회파 소설 ,동화에 까지 단편들이 가득 차 있다. 데미안에 나왔던 희미한 환상적 표현이 소품에서는 시공간을 나누며 , 아니 과거와 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타임 슬립 같은 양상을 뛴 작품도 있다 .

특히 헤르만 헤세가 젊은 시절 좋아했다던 여인을 투영한 "룰루"는 환상세계 문학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다.

왕관이라는 주점에 친적의 구박을 받으며 일하는 아름다운 아가씨 룰루, 거기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남성이 흠모 한다. 그중에 시인과 바이올린 연주자가 전설 속 아스크 왕국의 릴리아 공주에 대한 체험을 하고 현실로 돌아 오니 릴리공주-룰루가 마치 동일인물인듯 느껴지면서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과 스토리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우리를 부드럽게, 혹은 슬프게 만드는 것은 계절이 끝나가기 때문이야. 풍성하게 흘러넘치던 여름의 달콤함이 이 계절엔 연하고 피곤하게 되거든.내일이나 모레엔 어느 거리에나 벌써 빨간 낙엽이 뒹글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지.

이것이 세월이라는 거야 . 그때마다 우리는 시간의 수례바퀴가 묵묵히 그리고 천천히 굴러가고 있음을 보게 되는 거지. 그러고는 우리 자신도 서서히 , 그리고 슬프게 길 위에 빨간 낙엽들이 누워 있는 그 어떤 곳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느끼는 거야 . 페이지 295 룰루 중에서


리고 (전쟁이 두 해 더 계속된다면)에 나타난 혜세의 전쟁에 대한 생각과 그 당시 1차세계대전의 일으킨 독일 조국의 현실을 부각시킨 이야기인데 , 현재의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들에 대한 허상과 집착이 이 단편안에 다 담겨져 있는 것 같다 . 그래서 사라지기를 선택하는 싱클레어이자 헤세의 마음이 나타나 있는 소품이다.


왜 당신은 전쟁을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건가요 ? 

전쟁이 그 모든 가치를 지녔단 말입니까 ?



전쟁이야말로 우리가 덕을 입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그 덕분에 아직도 질서, 법칙 ,사상, 정신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그것을 볼수 없단 말입니까 ?


그외에도 여러 단편들이 있지만 난 (까마귀)라는 단편이 가장 좋았다. 인간세상에 갑자기 나타난 까마귀 야곱은 사실 자신의 자연세계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해 추방당한 아웃사이더인데 , 인간세상에 적응하려는 야곱의 행동이 처량해보이다가 뒤로 갈수록 오히려 야곱이 인간의 세상을 내려다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헤르만헤세의 한방은 늘 끝에 드러나 있다. 이야기안에 이야기한 꼭지를 읽다 보면 까마귀 야곱의 결말 , 또는 매정한 인간세상의 결말을 보는 듯 해서 자꾸 뒷부분을 되새겨 읽어보게 만든다.


옛날에 매년 왕을 선출하거나 추첨으로 고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당시 아마 노예 같았는데, 잘 생겼지만 가난한 무명의 젊은이 하나가 졸지에 곤룡포를 입고 왕으로 추대 되었다. 왕의 궁전과 화려한 천막이 그를 맞았다.

왕의 모든 권력과 호사가 그 젊은이에게 현실로 되었다. 그리하여 새 통치자는 한 해가 바뀔 때까지 축제와 같은 날과 주와 달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묶인 채 처형장으로 꿀려가 죽음을 맞았다. 페이지 406

한달 동안 차근 차근 조금씩 나누어 읽을 수 있는 맛과 함께 색다른 데미안이 단편안에 담긴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깊이 각인된 나의 데미안의 사심이 녹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돌아본 첫장의 데미안 아니 헤세의 향수가 깊이 박힌다. 그래서 또 다시 데미안을 읽게 될것 같다. " 그 풀이를 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이 도서는 (사) 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