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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맨스필드 파크 / 제인 오스틴/ 민음사
글쓴이 이명희

동경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치유 받는 것과 같다.
제인 오스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면 눈엣가시 같은 두어명 등장한다. 그들의 대화에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맘 졸이기도 한다. 그런데 소설이 끝나갈 때쯤 되면 오히려 그들 등장을 기다리고 하는 말과 행동은 이해하게 된다. 어디서 본 듯한 주변의 누군가인 듯 싶다. 어떨때 제인 오스틴 작가가 나를 데려다 놓은 게 아닌 가 싶을 정도이다. 이번에 읽은 맨스필드 파크에도 역시 그런 인물이 있다.

주인공 패니는 가난한 집안 때문에 버트럼 이모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맨스필드가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대놓고 무시하거나 구박하지 않지만, 패니는 스스로 집중받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그녀의 성품과 인품, 명석함은 드러나고 버트럼 이모부를 비롯한 가족들과 이웃들에게도 서서히 인정 받게 된다.
패니는 친오빠 윌리엄과 애뜻한 우애가 깊다. 버트럼 경의 배려로 해군 장교 후보생이 되어 맨스필드 파크에 휴가를 보내게 된다. 윌리엄도 멋있는 해군이지만 버트럼가에서 패니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버트럼 경의 해안과 사려로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중심을 잡아주는 집안 어른이 있다면 아무리 구제불능 등장인물이 있다 해도 소설의 결말은 나를 실망시키는 경우기 거의 없다.
패니가 사랑하는 사람과 혐오하는 사람. 두 남자의 패니를 향한 마음, 그녀를 생각하는 방법은 통째로 삼킨 찐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런 사람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패니다. 내성적인 아이가 갖게 되는 답답함이 더해졌다. 더불살이 환경이 주는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스스로 떳떳해져도 될 때를 놓쳐 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바로 나 같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안 환경과 막내라는 위치는 벗어날 수 없는 중압감을 주었다. 그렇지만 꿋꿋함으로 잘 버텨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 다시금 내 성격을 살펴보니 여전히 매력이 없는 소심하고 떳떳하지 못한 어른의 겉모습만 하고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 '오만과 편견'에서도 결말을 급하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듯한 찜찜함이 있었는데 이번 책도 그 느낌은 별반 다르지 않다. 내 인생에도 황급한 해피엔딩이 없도록 준비해야 할 늦지 않은 때이기도 하다.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