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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시민 나의한국현대사
글쓴이 나난희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 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

모든 역사는 '주관적 기록'이다. 역사는 과거를 '실제 그러했던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언론이 실제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썼는지, 출처가 어디인지를 알아보는 노력은 중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에 섞여 대량으로 정보가 만들어지는 시대에는 보여주지 않는 행간을 읽으려는 노력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현상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하는 것 같다.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는 58년 개띠인 도시 프티부르주아(중간계급, 또는 소시민) 출신이 스스로 겪은 이야기를 곁들이며 굵직한 현대사를 '주관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객관적 시선을 갖추려고 노력했으나 '주관적'인 '기록'이라는 점은 맞다. 때문에 진보 성향의 독자는 이승만과 비교되는 박정희의 정책을 고평가하는 듯이 느껴질 수 있다. 보수 성향의 독자가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안 읽을 것 같다. 나라도 조갑제가 쓴 '나의 한국현대사'는 안 읽을 거 같아서다. 물론 조갑제와 유시민이 같은 유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수 쪽 사람들은 유시민을 진보 쪽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갑제랑 동급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우리나라가 난민촌에서 병영 국가로, 지금은 복지 국가가 되었다고 말한다. 서유럽이 300년에 걸쳐 이룩한 것을 우리는 50년 만에 이루었다. 역사상 이렇게 빠른 시간에 이렇게 발전한 나라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팔순이 넘은 내 엄마도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여태 사시면서 나라가 무언가를 준 적이 없었는데 직불제나 농민 수당, 노인 연금, 국민연금까지 준다며 좋아하신다. 받은 적이 없었기에 기존에 소외된 걸 억울해 하기 보다 고마워한다. 이제껏 우리가 낸 세금으로 대기업과 도시에 지원했고 이제서야 지방과 농민에게 준다는 말은 소용없으니 안 한다.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받으셔도 된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건 엄마 세대가 굶으면서도 자식 세대를 위해 잠 안 자고 일하며 이룩해 낸 성과다" 나는 작가가 말한 산업화 세력의 공로를 인정하는 편이다.

작가와 비슷한 세대이자 꽤 많은 역사 책을 읽은 나는 작가가 기술한 내용이 대부분 아는 내용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는 '아 그때 이런 일이 있었지. 나도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며 추억에 빠진다.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붕괴를 충격적으로 기억하고 있던 내가 모르는 내용은 "대한민국 건설사가 중동 국가를 비롯한 외국에서 지은 건물과 교량이 무너진 일은 없었다"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기술이 부족해서 건물이 무너진 게 아니라 부정과 부패, 뇌물과 비리 때문에 건물을 대충 지었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까지 생각하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안 일어나게 하려면 법과 제도가 철저하게 이윤이 아니라 사람 존중 쪽에 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내 생각을 깨운 일은 산업재해를 대하는 우리들과 정부의 태도다. 2020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2,062명이고 산업재해자 수는 10만 8,739명이다. "정부와 국민이 코로나19를 방역하듯 산업재해를 대한다면 이렇게 한탄할 일은 줄어들 것이다"(p.329)라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노예도, 노동자도, 여성도 똑같이 존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법률적으로 의식적으로 보장하는 일인 듯하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는 절망했다. 연달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진짜 나라를 떠나고 싶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문재인이 당선되었을 때도 '아~ 이렇게 큰 문제가 터지지 않는 한 민주화 세력의 집권은 힘들겠구나' 싶었다. 사람들의 욕망이 '돈'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희망을 가져도 될까? 희망 없이 살기는 힘든 데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