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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1기] [4차 도서] 밀레니얼 선언, 맬컴 해리스, 생각정원
글쓴이 고청훈

밀레니얼 선언, 맬컴 해리스 지음, 노정태 옮김, 생각정원, 2019.

 

<밀레니얼 선언><뉴 인콰이어리>의 편잡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맬컴 해리스가 수많은 통계와 논문을 분석해 인적 자본으로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그 역시 밀레니얼 세대로써 자기 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전한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 밀레니얼 세대, 90년대 생, Z세대 등 청년 세대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그러나 그 담론들 안에는 소비자로써의 청년 세대만 있을 뿐, 그들이 마주한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청년 세대들의 현실적 어려움의 원인이 청년 세대가 아닌 시스템에 원인이 있을 텐데, 노력하지 않는 청년 세대, 기성 세대를 탓하는 청년 세대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세대 갈등에 시선을 집중해 구조적 문제로부터 눈길을 돌리게 하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가 직접 통계와 논문을 바탕으로 밀레니얼 세대 스스로를 대변하는 이야기이다. 기성 세대로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고 있어 현재 청년 세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된 것 같다.

 

월가 점령 운동이 벌어지자 주류 언론은
마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그제야 발견하기라도 한 양,
금융 위기 이후의 소득 회복에서 큰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음을
과장된 어조로 전달하곤 했다.(15)

 

모든 것을 건 생존경쟁 속에서,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해로운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을 넘어
그 어떤 위험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 되어버렸다.(
)
관리 감독받지 않는 자기 시간을 누려본 경험이 전에 없이 부족한,
어른의 감시를 받지 않으며 스스로의 자아를 쌓아나갈 기회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해온 아이들의 세대가 출현한 것이다.(16)

 

어떤 도구나 장난감이 성공적으로 사회 내에 자리매김하고 나면
그것들이 사회와 특히 어린이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쏟아지지만,
그런 것들은 올해도 작년도 재작년도 다 똑 같은 소리일 뿐이다.
논객들은 휴대전화가 우리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근심하지만,
그 전에는 워크맨을 놓고 똑 같은 걱정을 했고,
더 옛날에는 신문이 우리의 삶을 망친다고 주장해왔다.(23~24)

 

교육적 가면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미래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생산성 향상에 기여되게 하지만,
교육은 노동의 일부로 여겨지지 않는다.(
)
학동들의 학습활동은 그렇게, 일이 아니라 모종의 지적 소비활동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
위르겐 지네커 (35)

 

모든 학생들이 A학점을 목표로 삼도록 훈련시키고는,
그러한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면 교육의 위기가 닥쳐왔다고 외치는,
퍽 뒤틀린 체제인 셈이다.(44)

 

노동자를 훈련시키는 비용은 위험 부담이며,
위험은 결국 돈의 문제다.
노도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노동자가 이미 많은 돈을 들여 훈련된 상태라면,
누가 됐건 고용자가 감수할 위험은 줄어든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훈련시키는 과제는 정부로 넘어왔고,
결국 가족과 아이들 스스로가 짊어지게 되었다.(51)

 

대학에 가고자 하는 학생들이 내야 할 돈이 늘어나고,
그 돈을 내기 위해 짊어지는 빚이 커져만 갔던 것을 놓고 볼 때,
대학에 원서를 내는 사람들이 고등교육의 가치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학 졸업장에 기업이 부여하는 가치는 뚝 떨어졌다.(80)

 

고등교육의 질은 경쟁으로 인해 높아지지 않았다.
대학들의 경쟁은 고등교육을 여름방학 캠프처럼, 고급 리조트처럼,
잘 팔리는 패스트푸드 매장이 들어와 있는 크루즈 여객선처럼,
유명 브랜드 장난감과 잡동사니 세일 매장으로 꽉 찬 서점처럼
만들어 버렸을 뿐이다.(106)

 

전체적으로 나쁜 일자리는 더욱 나빠지고,
좋은 일자리는 더욱 좋아지고,
그 중간은 사라진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사회학과 교수 안 L. 칼레버그는
이러한 움직임을 양극화라고 부른다.(123)

 

좋은 일자리를 향한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피하고 싶은 질 낮은 일자리는 더욱 열악해졌으며,
좋은 일자리건 나쁜 일자리건 모두 이전보다 불안정해졌다.(124)

 

모든 일이 여성화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노동자들이 더 많이 일하면서 덜 벌고 있다는 것이다.
왜 기업들이 여성을 노동력에 편입시키자는 발상에 동참했는지
이제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게다가 기업을 가진 계급은 일자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두고
페미니스트 탓을 하도록 대중적 분위기를 몰아갔다.(143)

 

좋은일자리를 가진 사람에게 묻는 책임의 강도가 훨씬 강해지는 와중에,
나쁜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상은 형편없이 줄어들고
사회적 존중도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는 더 일하면서 덜 받고,
사용자들은 덜 일하면서 더 받는다는 뜻이다.(145)

 

성공하는 삶을 살고 싶은 젊은이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더 잘하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
이 과정을 등산에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은 트레드밀처럼 아무리 달려도 끝이 없는 것이다.(149)

 

노동 훈련비용 중 너무도 많은 부분을 청년과 그 가족들에게 전가한 덕분에,
사용자들이 개별적인 노동자를 훈련하고
그들의 복리를 증진하는 데 투자할 필요는 훨씬 줄어든 상태다.(155)

 

사회가 부유해지고 있을 때 대체로 자녀들은 부모보다 부유해진다.
대체로 각각의 세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부유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젊은 미국인들은 부의 측면에서 더 이상 부모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169)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선진국은 성장 멈춰버린 상황에서 세대를 막론하고 현실적 어려움이 없는 세대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노인 빈곤율과 청년 빈곤율이 계속 늘어가고 있으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상위 20%를 제외하면 누구하나 힘들지 않은 세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성 세대에 비해 청년 세대는 희망적인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것이 아닐까 싶다. <밀레니얼 선언>에서 진단하듯, 교육에 대한 투자비는 점점 늘어가는 데 비해 얻을 수 있는 기대소득은 줄어들고 있고, 그에 따라 앞선 세대보다 더 좋은’(?), 더 다양한 스펙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보다 적게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들보다 특별하기 위해 쌓은 스펙이지만 모두가 갖고 있으니, 이제는 없는 것이 약점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단적인 예일 것이다.

 

느린 동작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재앙의 모습 7가지
1.
인적 자본 계약
2.
아동기의 전문화
3.
기후 특권
4.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
5.
오작동
6.
여성혐오자들의 역습
7.
빅브라더의 도래

 

어떻게 해도 지는 싸움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뿐이다.(400)

 

맬컴 해리스는 향후 미래에도 불안한 전망을 하고,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사람들에 의해 이용당해 어떻게 해도 지는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진단하며, ‘이기기 위해서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세네카족 추장의 이야기를 전하며 밀레니얼 세대 스스로 나쁜 미래를 걷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세네카족 추장 붉은 윗도리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다 가지고 있다.

우리를 우리의 모습으로 만들어낸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이야 말로, 우리의 몫이다.(402)

 

<밀레니얼 선언>을 통해 기성세대는 현재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어려움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렌즈가 될 것이다. 청년 세대에게는 어려운 현실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와 함께 나쁜 미래를 열어젖힐용기를 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