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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세네카의 대화 : 인생에 관하여
글쓴이 장재형


“왜 선한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많이 생기는가?”“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내 맘대로 되는 일은 왜 하나도 없을까?”“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신을 믿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걸까?”“신념은 꼭 필요한 걸까?”“왜 인생이 자꾸만 허무하게 느껴질까?”“죽는다는 것은 두렵기만 한 일일까?”“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라고 걱정하는 우리에게, 세네카는 “중요한 것은 견디는 대상이 아니라, 견디는 방식입니다.”라고 답한다.

《세네카의대화 : 인생에관하여 》는 후기 스토아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네로 황제의 가정교사이기도 했던 ‘세네카’의 저서이다. 그는 노예 출신 철학자 에픽테토스, 그리고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더불어 후기 스토아학파 3대 철학자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토아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상징되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 이어서 등장하는 스토아학파는 철학사적으로 헬레니즘 시기에 에피쿠로스학파와 함께 당시 철학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에피쿠로스학파는 흔히 쾌락주의로서 개인주의적 실천철학을 중시한 반면, 스토아주의의 실천철학은 세계 전체 질서에 따라는 삶을 중시했다.

특히 스토아학파는 기원전 301년 키티온의 제논(Zenon)이 창시한 그리스의 철학의 한 학파이다. 인간은 이성적 ‘절제’를 통해서만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스토아철학의 핵심 사상이다. 현실에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개인의 지혜와 윤리적 삶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를 위해서 ‘자연(이성)과 일치된 삶’을 추구했다.

세네카는 《세네카의대화 : 인생에관하여 》에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희로애락의 감정뿐만 아니라 인간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먼저 “섭리가 세계를 다스리는데도 선한 이들에게 많은 나쁜 일이 생기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한 사람들은 이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으며, 힘들고 어려운 것들을 회피해서는 안 되고, 운명을 불평해서도 안 되며, 일어나는 모든 일을 좋게 받아들이고, 이를 좋은 것으로 바꿔야 함을 아십시오.”

즉, 세네카는 신은 선한 사람들을 단련시키기 위해서 그들이 모든 역경을 겪도록 만드는 것이며, 늘 행복하며 마음의 고통없이 살아가는 것은 실로 자연의 절반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시험이 필요하며, 시험을 당하지 않고서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불행이 가는 데로 일부러 찾아가, 드러나지 않았을 뻔한 덕을 빛낼 기회를 찾아야만 한다. 나쁜 일을 겪어야만 자신의 덕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욕망의 존재이다. 많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만약 그 욕망이 충족되지 못할 때에는 심한 결핍감으로 괴로워한다. 또한, 설사 그 욕망이 채워진다고 하더라도 그 만족감이나 행복감은 그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삶은 한동안 권태에 빠졌다가 다시 새로운 욕망의 시달리게 되는 무한한 반복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정작 행복한 삶이 무엇에 달려있는지 알지 못한다. 세네카는 ‘행복한 삶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행복한 삶은 자신의 본성에 맞추는 삶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정신이 건강하면서 그 상태를 유지하며, 다음으로 정신이 강하고 힘이 있으며, 또한 훌륭하게 참아내고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며, 자신의 몸과 그 주변을 돌보되 과하지 않으며, 삶을 이루는 여타 것들에 관심을 두되 추앙하지 않으며, 운명의 선물을 이용하되 끌려다니지 않을 때 만나게 됩니다.”

스토아철학은 이런 삶에 대한 태도를 평정심 또는 부동심을 의미하는 ‘아파테이아(apatheia)’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파테이아는 문자 그대로 감정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더라도 결코 분노하지 않고, 자신에게 행운이 찾아와도 함부로 기뻐하지 않는다. 즉 위기와 시련이 닥쳐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이란 바다에 첫발을 내딛던 지난날을 되뇌어 볼 때 나의 가슴은 얼마나 뜨거운 열정으로 심장이 고동을 쳤는가? 함께 기뻐했던 날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루어지지 않아 아픈 상처로 가슴 저미는 추억들이 이젠 옛이야기처럼 되어버린 지금의 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궁과 같은 인생의 미로 속을 헤매며 순간의 행복만을 추구했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며 세네카의 다음과 같은 말로 위로해본다.

“우리에게 시간이 적다기보다는 우리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삶은 충분히 길며, 전체적으로 잘 배치된다면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데에 충분할 만큼 주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치와 태만으로 흘려보내고 선한 일에 사용하지 않는 한, 삶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한 순간 어찌해 볼 틈도 없이 삶이 지나가 버렸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짧은 삶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짧게 만든 것입니다. 삶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낭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