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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청]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 하루키
글쓴이 박경호

[북클럽 3기] 신청용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 하루키


가장 예술다운 예술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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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큼이나, 영화와 그림들을 애정하는 저는 그 작품을 보는 것에는 만족하지 못해서 영화를 연출한 사람과 작가들을 만날 기회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를 만나주는 분들은 당시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이었는데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후 저는 그들의 예술적인 성장(이라고 하고 더 나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을 목도함과 동시에 해당 분야에서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흔적을 남기지 않은 사람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어떤 특정예술분야에서만 있는 것도, 예술분야에서만 극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지켜보는 시간에서 그것들이 전부 드러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보면 아마 누구나 제가 생각하는 그것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일겁니다. 굳이 그의 작품들은 세세히 언급할 것도 없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출간이후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작품으로 앞서 말한 예술적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때로는 1년마다 때로는 3년마다 매번 서점에서 그의 신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게 베스트셀러던 광고를 보던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그는 여전히 건강하고 그의 작품들은 정기적으로 세상에 선보여진다는 것이고, 그의 작품들을 계속 새로운 독자들이 접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이렇게 까지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크리에이티브하거나 팬시한 것이 아닙니다. 오롯이 끈기’, ‘건강’, ‘현장이라는 원칙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하루키가 하는 일은 매번 오전 커피를 타서 마시고 정기적으로 정해진 분량의 원고를 쓰는 일입니다. 그는 수십년동안 이걸 해왔고 이를 지탱하기 위한 정신력과 체력을 위해 날마다 조깅을 했습니다. 하지만 똑 같은 루틴속에서 상상력의 벽에 가로막히는 것을 막기위해 그가 한 것은 현장체험입니다. 대충 보고 소재로 써야겠다는 것이상으로 그냥 우직하게 현장속으로 들어가서 모든 디테일을 점검했고, 그것은 다시 다음날 아침 일정한 분량의 원고에 자신의 상상력와 조합시켜 소설속 인물이 세계관 속에서 춤추게 했습니다. 일정시간 세계관에 내러티브가 생기면, 이후는 알아서 움직일 따름이니까요. 그리고 그 결과물은 지금의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작품들로 선보이게 된 것이죠.

 

오랫동안 신선하고 독창적이라는 예술가들은 꽤나 많이 보아왔지만, 반짝이고 사라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창조적이고 멋져보이는 결과물들은 사실은 엉덩이를 바짝 붙이고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들의 산물인 것을 예술분야에서 너무 많이 목격한 저로서는, 하루키가 가진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구태의연해 보일지 모르는 자신의 엄청난 비밀을 세상에 공개한 것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의 자전적인 에세이, 혹은 소설가의 루틴과 생각으로 단정짓기엔 그것 자체로도 삶을 성장시키는 요소들이 무언지를 맛깔나게 기술하는 최고의 예술작품이기도 합니다.

 

예술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