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글나라북클럽

글나라북클럽

제목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 ' -집은 가족이다
글쓴이 나난희

가장 재미있게 읽는 소설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다.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많다는 평소 소신에도 이 책은 세 번 정도 읽었다. 책 정리할 때도 꼭 챙기는 책이다. 평생 내 책꽂이에 남게 될 책이다. 얀 마텔의 신작이 나왔다는 사실을 신형철 산문,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신형철 선생의 말이 아니더라도 얀 마텔의 소설이라면 읽어야지 하는 마음에 글나라 북클럽에 선정되자 첫 번째 책으로 신청했다. 나는 주로 yes24를 이용하는 데 알라딘에서 왔다. 책 한 권 샀는데, 머그컵이 따라오다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글나라 북클럽이 vvvip 회원이라 머그컵을 줬겠거니 싶다. 머그컵도 귀엽고 예쁘다. 알라딘 굿즈가 좋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마음에 든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집을 잃다

2부 집으로

3부 집

이다. 중요 키워드가 집인 셈이다. 이 책에서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집은 곧 가족이다.

1부 집을 잃다는 가족을 잃다로 해석할 수 있다. 1904년이다. 1부의 주인공 토마스는 월요일에 다섯 살 날 아들을, 목요일엔 스물네 살의 아내를, 일요일에 아버지를 잃었다.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토마스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죽었다. 신분 차이로 결혼도 못 한 채, 남몰래 사랑을 줬던 아들과 아내를 잃자 다른 일에 몰두하게 된다. 부자인 숙부의 후원 덕에 먹을 걱정은 없었던 토마스는 집을 잃고 집을 떠난다. 집을 떠난 이유는 1600년대 초에 쓰인 율리시스 신부의 일기를 읽고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있는 교회에 있을 지도 모르는 십자고상을 찾는 이야기다. 슬픔을 잊기 위해 가족을 잃은 뒤 그는 뒤로 걷고 있다. 마치 세상을 등진 것처럼, 신을 등진 것처럼.

2부는 1938년이다. 병리학자인 닥터 로조에게 마리아란 여인이 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늙은 마리아는 84세의 나이로 죽은 남편의 시신을 보여주며 "남편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다"며 부검을 의뢰한다. 부검을 하기 전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준다. 가난한 두 남녀가 어떻게 결혼하고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금슬은 좋았지만 아이는 늦게 생겼다고. 황금빛 머리를 가진 아이였다고. 아이가 다섯 살에 죽었다고.

"아들이 죽은 후 아이를 새끼 곰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라파엘이었어요. 라파엘은 아이가 동면하고 있다고 말했죠. ~아이가 돌아올 거라는 공상에 연결하곤 했어요." 잠깐 숫돌을 가는 사이에 아이가 차에 치여 죽었다. 남편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동면하고 있다고, 봄이 오면 깨어날 거라고 믿고 살아온 것이다. 남편의 시신에는 침팬지 한 마리가 보호하듯 안은 갈색 새끼 곰이 있었다. 늙은 마리아는 남편의 시신 속에 있는 침팬지와 갈색 곰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닥터 로조라에게 부탁한다고 말한다. "여기가 집이야. 여기가 집이야. 여기가 집이야" 늙은 마리아가 말한다. 그는 마리아를 늙은 남편의 시신 속에 넣고 봉합해 준다.

3부는 1981년이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피터는 미국에 나들이 갔다 침팬지 오도를 만난다. 눈이 마주친 순간 서로는 서로를 느꼈다. 피터는 오도를 거금을 주고 사고, 오도와 함께 살기 위해 상원 의원 직을 내려놓고 부모님의 고향인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가서 살기로 한다. 피터는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째다. 아들은 이혼했고, 며느리와 사랑스러운 손녀는 호주로 떠나버렸다. 침팬지와 피터는 말도 통하지 않는 부모님의 고향에 와서 빈 집에 자리 잡고 산다.

다른 이야기 같은 세 개의 이야기의 연결고리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있는 마을이고 침팬지다. 집의 의미는 느낌이 오는 데 침팬지는 잘 모르겠다. 세 달 뒤, 책 모임에서 하기로 했으니 한 번 더 읽고 이야길 나누면 감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독히 슬픈 소설이다. 특히 2부가 지독하게 아팠다.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nh1015/222678157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