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글나라북클럽

글나라북클럽

제목 불편한 편의점
글쓴이 이명희

이 책을 받아보니 표지는 웹툰처럼 일러스트로 되어 있고 아래 띠지가 눈에 들어왔다.

“결국 삶은 ······ 소통이었다”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많은 상황에서 공감하는 것이다. 내일 모레면 반 백 년을 살게 되는 이제서야 깨닫는다.


글은 연극 대본처럼 술술 읽힌다. 속도감이 붙으니 소극장에 앉아 있는 관객이 된 기분마저 든다.

서울역 노숙자에서 편의점 알바생이 된 ‘독고’라는 주인공이 불편함을 제공하는 편의점이지만 손님들은 그에게 위로를 받고 고민을 해결하게 된다.


그렇게 평생 사장이나 자영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염 여사가 편의점 경영에 신경을 게 된 것은, 이 사업장이 자기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이 걸린 문제라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였다. –P33


편의점 사장 염여사는 교직을 퇴임하고 편의점을 운영하지만 그것은 본인의 노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자녀들도 호시탐탐 편의점을 노리고 있다. 사회생활 38년차 동안 작은 가게부터 상장회사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며 경영하는 대표는 많지 않았는데 윤리적인 CEO가 사회 곳곳에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희망을 갖게 되었다.


요컨대 아들 녀석은 자신이 집을 비운 만큼 더 어지를 뿐 도무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 따윈 하지 않았다. 선숙은 아들에게 효도나 집안일 분담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저 아들이 자기 스스로를 도왔으면 할 뿐이었다. 하지만 새해가 되고 어머니인 자신은 일을 더 하느라 힘이 부치는데도 아들은 서른 살의 철부지에 머물고 있었다. 아니, 모범생이었던 중고교 시절에 많이 놀지 못한 게 억울하기라도 했는지 불량 청소년으로 인생을 다시 살고 싶은 모양이었다. -P101


남편도 자식도 본인과 대화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 사람에게 대화의 기술을 알려줘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독고는 함께 일하는 오선숙 여사가 자식 걱정을 하는 것을 들어준다. 선숙은 어느새 마음이 풀렸고 그런 선숙에게 독고는 “들어주면 풀려요.”라고 한다. 아들에게 편지로 들어주겠으니 말해달라고 쓰라고 한다. 이것이야 말로 소통의 가장 기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초에 흙수저였고 재주도 별 볼 일 없는 걸 알기에 성실함과 친절함을 무기로 싸워나갔다. 거래처에서 만난 네 살 어린 아내와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았을 때는 흙수저의 수저질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했다. 금수저를 쥐고 태어난 놈들보다 값진 인생이라 자부하던 시절도 있었다는 말이다. –P115

“그, 그렇군요······. 이런 고운 딸들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는 거군요."

"부모라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부모라서 힘드시죠?"

"예. 힘듭니다."

유도신문인 줄 알면서도 당한 기분이었다. -P127


세일즈맨에게 지인은 중요한 능력이다. 금수저 지인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극히 드문 경우일 뿐, 힘들게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이 훨씬 많다. 그런 아빠를 위해 독고는 편의점의 1+1 상품으로 딸들과 웃음지을 수 있게 한다. 내가 편의점을 애용하는 이유는 이 1+1 상품이 빠질 수 없다.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왔다면, 그것에 대해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 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P163


대본을 쓰기 위해 편의점 앞 빌라에 3개월 살게 된 인경씨는 경우가 바르면서도 할말은 하는 예비작가이다. 모두 잠든 시간에 이 불편한 편의점에서 독고씨가 접객하는 것을 보고 이번 글에 편의점이 소재가 된다. 이런 우연이 살면서 몇 번 없겠지만 바르게 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 머릿속에서도 전염병이 돌듯 하나의 생각만이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전염병 같은 기억들이 내게 진짜 삶을 선택해야 할 때라고 외치고 있었다. 신기했다. 죽음이 창궐하자 삶이 보였다. 나는 마지막 삶이어도 좋을 그 삶을 찾으러 가야 했다. –P242


얼마 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뉴스에 나올 정도로 위중증은 아니었지만 코와 목을 찌르는 듯한 통증은 정말로 괴로웠다. 이 병이 낫기만 하면 정말로 열심히 살고 가족들을 사랑하며 살겠노라 생각했다. 홀로 침대에 누워서 정말로 열심히 책도 읽으면서 격리해제 되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여전히 그 마음은 남아 있지만 막상 현실은 마지막 삶이 되어도 좋을 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확진 이전보다 내 가족과 삶에 대해 더 소중함을 깨닫는다.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 않는 그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P247


인경씨는 정작가가 되어 빌라를 떠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독고씨는 잃어버린 기억이 많이 돌아왔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접객을 하면서 그 또한 손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혼자보다는 너와 나, 우리 함께 한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P251


이런 글을 아이들이 어릴 적 읽어주었던 그림 동화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가족이 소유물인양 가부장적 가족 구조를 흔히 볼 수 있고 우리집도 그렇지 않나 하는 걱정이 된다. 자녀들의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이 말을 난생처음인 양 되새겨본다. 그리고 친절하게, 시크하게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어?"

고개를 들자 병상에 기댄 그녀의 푸석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를 지켜주기 위한 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돼."

"······ 무슨 말이야?"

그녀가 눈을 감았다. 나는 말없이 숨을 골랐다.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면, 가족에게 솔직했어야 했어."

그녀는 진실을 묻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 입으로 내가 저지른 일들을 말하는 순간 그녀가 판결을 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P259


결국 가족이다. 우리가 돌아가서 충실해야 할 곳은 소중한 가족들이 있는 가정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희생이 따른다. 하지만 가족끼리 희생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조금은 불편해도 그 뒤에는 평온이 따를 것이다. 내가 먼저 따뜻한 마음을 나눈다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 받았습니다.


#불편한편의점 #김호연 #독고 #소통 #가족 #글나라북클럽 #한국독서문화재단 #글나라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