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북클럽1기] <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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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휘일 |
'폴란드'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 바르샤바?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맥주? 쇼팽? 개인적으로는 이제 이 책의 저자인 '올가 토카르추크'가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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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는 폴란드의 국민 작가이면서 201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위대한 작가이지만, 나는 이 소설로 처음 그녀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구성이 아주 독특하고 내용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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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으로 흘러가는 일반적인 소설과는 달리 특별한 줄거리가 없다. 화자인 내가기차, 비행기 등을 타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타인의 모습을 관찰 혹은 상상하면서 미처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되는 방랑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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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약 100여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서 구성되어 있는데 노벨문학상 작품이 흔히 난해하고 어렵다고 하는데 (흠...근데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은 그닥 어렵지 않은듯...) 이 책은 다행히 술술 재밌게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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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아주 짧은 한 문장의 글이, 때로는 중단편같은 글들이, 때로는 에세이 같은 글들도 함께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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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한 문장짜리의 글을 소개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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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긴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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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8시 45분과 9시 사이 내게는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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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시간을 경험하는데...물리적인 시간을 '크로노스', 심리적이고 질적인 시간을 '카이로스'로 구분하는데, 여행은 '카이로스'에 속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인 듯하다. 여행만큼 자기자신을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도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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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의 사전적 의미는 끊임없이 떠도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로 떠나 정착생활을 시작한 우리 인간은 어쩌면 누구나 방랑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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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식의 실험(형식의 파괴)과 평이하지 않는 사유 방식으로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에세이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여행갈 때나 아님 일상속에서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좋은 아주 매력적인 책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