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글나라북클럽

글나라북클럽

제목 [북클럽1기]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 서울대 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글쓴이 김혜미


법의학자 유성호가 서울대에서 죽음에 관한 교양 강의를 엮어 낸 책이다. 개인적으로 법의학에도 관심이 많고 예전부터 <사건 25시>, <그것이 알고싶다>만 찾아 시청했었다. 실제로 국과수엔 의사만 취직할 수 있나 궁금해서 간호사가 취직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봤었다.(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했지만)

검시와 검안, 부검과 해부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검시 안에 검안과 부검이 있고 검안은 시체를 훼손하지 않고 의학적으로 검사하는 일이다. 부검은 시체를 해부해 검사로 사인 등을 알아내려는 것이다. 해부는 시체를 절개해 관찰하고 장기나 조직을 적출하거나 채취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고 한다. 기본적인 용어를 익힌 다음에 책을 읽어 훨씬 이해하기 좋았다.

우리 모두 죽음을 비켜갈 순 없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죽음을 마주보아야 하는 이유죠.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말은 없지만 증거를 남긴다. 죽음을 크게 병사와 외인사로 나눌 수 있지만 단순하지가 않다.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는 만큼 다양한 죽음이 있으며 간단히 죽음의 이유를 나눌 수 없는 경우들도 있다. 예전에는 자연스러운 죽음이 가능했으나 이젠 부자연스럽게 죽음을 연장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자주 봐서 법의학자가 익숙한데 사실 한국에 법의학자는 정확히 40명밖에 없다고 한다. 모임이 있을 때 한 차로 이동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혹시나 사고 나면 한국에 법의학자가 전멸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돈이 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매주 시체를 봐야 하고 강력 사건을 다루다보니 힘들어서 일까. 대한민국 1호 법의학자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혼자서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공부했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법의학으로 인해 억울한 죽음, 밝히지 못했던 미상 죽음을 밝힐 수 있으니 죽은 영혼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부는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라는 큰 제목으로 여러 사건들과 법의학에 관해 적혀 있고 2부는 우리는 왜 죽는가는 타이틀로 자살과 존엄사같이 핫한 문제들을 다룬다. 3부는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유난히 한국에서 죽음에 관해 말하는 걸 금기시하고 꺼려하는데 누구나 다 맞이하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낙태 허용의 시기를 몇 주로 정할 것인지(언제부터 생명으로 보는지), 존엄사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은 꽤 무거워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태아를 임신하고 있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며, 미리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놓아 자신이 치료를 연명할 것인지 끝낼 것인지 정해놓는 것에 동의한다. 2045년에는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 삶의 마지막, 죽음이 있어야 유한한 삶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