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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1기] 회색 인간, 김동식
글쓴이 이세미

회색인간 , 김동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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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을 포함해 총 2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짧고 간결한 문체에 가독성이 좋다. 무엇보다 이 단편들이 가진 강점은 소재나 상황에 대한 참신성, 독창성이 뛰어났다는 사실. 이전에는 만나지 못했던 분위기의 소설이라 의아하다 싶으면서도 빠져들어 이야기에 몰입하고, 새롭고 신선한 충격에 괴기스럽고 음울한 상황마저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현실성이 없는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동식 저자가 던지는 문제의식들은 독자를 멈칫하게 만들어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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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같은 것. ‘만약에’가 주어진다면 생각할 수 있는 상상의 나래가 그만의 독특한 소재와 문체로 과감히 발휘된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할 때, 문화의 가치에 대해 자각하게 하는 <회색 인간>은 역시 주목할만했다. 낮인간과 밤인간으로 나뉘어 서로가 대립하고 싸우는 인간의 이기심같은 것 <낮인간, 밤인간> , 멸종 위기 동물이 어느 순간 ‘인간’이 되어버리는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준 <아웃팅> 도 예사롭지 않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 나 <디지털 고려장>도 독특한 소재와 상황만큼이나 기발하다. <보물은 쓸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에서 보물을 다루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보물도 그 가치가 달라졌음을 서술하는 대목은 허를 찔렀다. 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딸의 시체를 조각조각내며 주술을 염원하는 <인간 재활용>도 괴기스러움을 넘어서는 인간의 잔혹한 이기심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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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추천의 글을 통해 저자 김동식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더 그의 글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다. 재미있고 기발한 이 작가님은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에 무려 300편이 넘는 단편을 완성한다. 유머 커뮤니티에 글을 등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독자를 만들어간 그는 글쓰기를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다. 그저 글을 쓰고 싶어서 글쓰는 법을 검색한 후 서서히 글을 써나갔다는 사람. 자신만의 색깔로 참신하고 기발한 작품을 여지없이 써내려가면서 때로는 감동을, 그리고 반전을, 어느 때는 충격을 동반한 새로움을 아낌없이 선사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낌없이 글에 물을 주면서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작가라는 생각이다. 독자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글에 활력을 더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기묘하지만 중독성있는 그의 또다른 단편들이 궁금하다. 짤막한 이야기 안에서 길게 늘어지는 법 없이 간단명료한 듯 그의 글이 주는 울림은 결코 잔잔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