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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1기] 4차도서 - 태고의 시간을 여행하고 머물다
글쓴이 이연주

"영원히 순환하는 인간의 시간"


이 책을 읽기 전에 '태고'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책을 그냥 읽기보다 읽기에 앞서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상상해보는 시간이 나는 나름대로 재미있고 좋았다.


태고 (太古) : [명사] 아득한 옛날. ‘아주 먼 옛날’로 순화


주석에 보면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는 지점이자 상징적인 단어로 이 단어는 한국 번역어로 표기되었다고 씌여있는데

원 단어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술 취한 육신에 갇혀 우왕자왕하던 그의 영혼, 무죄 선고를 받지 못해 신에게로 가는 길이 적힌 지도를 얻지 못한 그의 영혼은 마치 개처럼 버려져서 골풀 속에서 차갑게 식었다. p.100


'문장의 번역을 어떻게 한 것일까' 궁금했다.

인물의 꿈이나 내면, 무의식 등을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표현으로 형상이 그려지는...

이런 탁월한 묘사들을 읽으면서 내내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책에는 84편의 시간의 조각들이 유기적이면서 나선형으로 촘촘히 짜여져 간다.

인간 뿐 아니라 '물까마귀'라 불리는 영혼, 동식물, 신성의 매체 등 모든 것들이 주체가 되어 주인공이 되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런 구성 또한 신비롭다.

글을 읽으면서 우주의 갖가지 별들이 떠다니며 돌아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상상을 해본다.


이 글에서 작가는 여성들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하는데

성장에서 결혼, 출산, 노화,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며 어찌 보면 하찮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특히 안타까운 인물은 크워스카였는데 그 딸도 어찌 보면 엄마와 비슷한 삶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여성들의 시간들 한 땀 한 땀 연결하고 인생의 순환을 통한 시간의 고리를 연결해 이 책을 엮어낸다.


요즘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소설에 빠져 '태고도 그러한 곳일까?' 생각했지만

이 소설은 기존의 소설들과도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과 환상이 공존하는 세상(환상이라... 어디까지가 환상일까...)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

나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잠시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온 느낌...

그러나 결국 그곳이 현재였다는... 인간이 지금도 만들고 있는 인생이라는걸 느끼면서 노벨상 수상작의 위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