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글나라북클럽

글나라북클럽

제목 [북클럽1기] 로마법 수업
글쓴이 한정아

로마법 수업이전에 출판된 ‘라틴어 수업’의 재미를 기대하고 보았기 때문인지 아쉬움이 크게 남는 책이었다. 전작을 잇는 후속작은 없다는 유명한 문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조금만 검색을 해 보아도 인터넷에 넘쳐흐르는 이 책에 대한 찬사를 보고 있노라니 달랑 한 권의 책에 대해서도 이렇게까지 감상평이 갈릴 수 있구나 하고 새삼 절감한다.

길고 풍성한 문화를 자랑한 로마의 이야기(그것도 법)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한 권으로는 부족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소 좁은 범위의 주제만을 선별하여 다루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크게 노예제도와 성() 이슈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끼고 있는 주제이며, 해당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이 이 책으로 손을 이끈 큰 요인이지만 막상 책장을 덮고 나니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울 수 없다.

글의 문체와 책 내용의 구성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집필의도가 다분히 감성적이었다. 현 시대의 각종 사회 문제들에 감성적인 화두를 던지고자 했음이 너무나도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로마 시대의 사회상을 최근의 이슈와 엮으려는 노력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다는 느낌까지 들곤 했다. 현실에서 쉽게 접하는 주제를 통해 공감을 끌어내고 스스로 사색할 시간을 가지도록 질문을 던지는 구조를 반복적으로 이어나갔으나 모두에게 좋은 교훈을 남기는 것엔 실패한 듯 싶다.

또한,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는 주제에 대해 다루는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회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책 전반에서 여러 번에 거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AB라고 서술하겠다. 책에서는 ‘A라는 것은 극악무도하고 나쁩니다. 하지만 B도 생각해야지요. 서로 자기의 의견만을 피력하지 말고 A B가 타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식의 끝맺음을 반복한다. 인문학 책에 기대하는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 대신 우리 모두 함께 잘살아 보자 허허허와 유사한 두루뭉술함. 중립에 기어를 둔채 애써 엑셀을 밟아보려하는 한계점이 눈에 띄었다. 이상만을 좇는 저자의 뜬구름 잡는 외침은 현실에 서 있는 우리들에게 와 닿았는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