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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해를 향해 가는 여정]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도우/시공사
글쓴이 황초롱



겨울을 보내고 따스한 햇살이 집안 깊숙이 찾아들 때 봄소식을 알리듯 온화한 표지의 책이 도착했다. 드라마로 더 유명해진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도서였다. 어른 남자의 마음도 울리는 이도우 작가의 명문장이 가득 담긴 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칭찬 일색이었다. 그래서 드라마가 기대되었고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만큼 책도 덩달아 인기가 떨어질 줄 몰랐다.


나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고 베스트셀러에 이상한 거부감이 있어서 책 내용만 기웃거리고 있다가 드라마를 보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고 설레고 밝은 느낌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즈넉하고 아담한 '굿나잇 책방'이 매력적이었다. 굿나잇 책방 지기의 진짜 목소리가 궁금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해원이 미술 강사 일을 그만두고 이모가 운영하는 호두하우스 펜션으로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미술 학원에서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가져와 이모와 갈등을 빚고 불편해할 때 은섭이 그녀에게 겨울 한정 책방 알바를 부탁한다. 가족과 친구 등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물은 그리지 않던 해원은 책방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꽉 쥐고 있던 슬픔을 흘려보내고 상처받은 자신을 다독이고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하게 된다. 그 험난하고 다이내믹한 과정에는 은섭이 늘 해원 곁에 있었다. 그녀만큼 아픈 과거를 가졌지만 자신 곁에 남겨진 좋은 사람들로 인해 상냥함을 잃지 않은 남자 은섭으로 인해 해원은 마음의 문을 열고 화해를 향한 여정을 이루어낸다.


가벼운 연애 소설을 상상했는데 사람 사이의 해묵은 갈등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제는 사소해졌지만 당시엔 큰일이었던 한 사건으로 멀어지고 어쩌다 다시 만나게 되어도 어색해져버린 사이, 시간이 너무 흘러 사과와 용서의 타이밍을 놓치고 인연이 끊긴 사이, 서로에 대한 섭섭함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아쉬운 내색만 하는 사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사이, 마음의 빚으로 불편한 사이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가족, 친구, 동창, 지인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사이들이 이 책의 구석구석 숨겨져있다. 그런 다양한 관계를 읽으며 표면적인 호칭에 맞는 역할을 하며 숨겨놓은 내 마음이 드러났다. 관계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내가 해 준 것과 내가 받지 못한 것만 생각하는 옹졸하고 나만 생각하는 마음이 말이다.


나도 해원처럼 화해를 잘 못하는 사람이다. 아쉬운 마음,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다가 조용히 인연을 끊곤 했다.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관계가 정리되고 있는데 정리할 수 없는 관계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족. 다른 어떤 관계보다 화해가 필요한 관계가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나온 시간만큼 쌓인 오해를 속시원히 털어놓는다고 화해가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미안하고,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을 건넬 용기를 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이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갈게요"라는 말은 인사치레라고 한다.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처럼. 그 말이 안부성 인사가 되지 않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 해원처럼 나도 화해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 너무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과거의 상처와 화해하는 여정을,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과 화해하는 여정을, 비교의식이 아닌 사랑으로 손을 내미는 여정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