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북클럽2기]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인상주의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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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배새나 |
진보논객, 비평가, 독설가로 유명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미학과 미술사의 평론은 우리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가독성 높은 문체로 대중에게 ‘미’ 와 ‘예술’ 을 남다른 시각으로 해석해 주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비판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어 그에대한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만의 ‘서양미술사’ 시선은 감미롭고 독특하고 해박하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는 《고전예술편》, 《모더니즘편》, 《후기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편》 으로 3권의 책으로 완결된 시리즈였다. 《인상주의편》은 《고전예술편》과 《모더니즘편》의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후에 집필했다고 한다. 즉‘사실주의’에서 ‘후기인상주의’ 에 이르는 역사적흐름을 더 자세하게 다루었다고 해야하나. 전공자나 미술사에 관심있는분은 술술 읽히고 사진도 많아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미술사 문외한인 나에게는 간결한 문체임에도 집중력이 꽤나 요했고 재독을 한 뒤에야 내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술사를 단순화 시켜 요약하면 이렇다. 고대미술은 이성과 조화, 비례를 중시하는 미술이었다면 중세미술은 종교미술, 르네상스 미술에서 다시 이성과 완벽한 균형을 추구하다 감성과 이성이 대립하는 근대미술이 시작된다. 근대 미술은 초기와 후기로 나뉘며 후기에 ‘인상주의’ 가 탄생한다. ‘인상주의’ 는 후기근대미술에서 현대미술 전까지의 예술운동을 일컫는다.
이 책의 구성은 흥미롭다. 시대순을 짚어주면서도시대순으로 나누기 보다는 ‘형태’와 ‘색채’ 중심으로 ‘내용’과 ‘형식’으로 구분하자고 한다. 이 책은 사실 미술사의 기본적인 큰 흐름을 알고 읽어야 소화하기 쉽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화가의 의도가 담긴 작품해설과 스토리는 ‘진중권’ 만의 통찰과 지적미를 느끼게 해준다.
‘고전적 예술 이념에 따르면, 예술의 존재 이유는 ‘아름다움’ 에 있다... 대상을 보이는 대로 모방하되 그것을 수정하여 ‘이상적 아름다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사실주의 화가들은 현실을 이상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묘사하려한다. 그래서 사실주의 회화는 첫눈에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p41
‘모티브를 관찰할 때 중요한 것은 드로잉이 아니라 형태와 색채이다.’ p147
사실주의에서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다리역할을 한 마네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화법(how)이었다. 거친 붓터치감은 인상주의 회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인상주의의 아버지라 부르는 마네는 사실 인상주의 보다 사실주의 성격이 더 강했다. 본격적인 인상주의자 등장은 ‘모네’ 이다. 인상주의 대표적인 인물로 모네, 르누아르, 세잔, 드가, 시슬레, 바지유를 꼽는다. 르누아르는 고전주의로 돌아섰다 하고 드가는 선을 중시했고, 세잔은 인상주의 목표와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후기인상주의 대표작가들로는 우리가 좋아하는 고흐, 고갱, 세잔이 있다. 고흐와 고갱이 불화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고갱의 종합주의 스토리는 잠을 깨게 했다. 이 책은 19세기 여러예술운동을 설명한다. 고흐, 고갱의 표현성이 야수주의로, 세잔의 구축방식이 피카소의 입체주의로 이어지며 현대미술의 출발을 알린다. 파고들수록 아리까리하고 애매 모호했지만 재독, 삼독하니 재미도느꼈다. 상식에 파괴되는 내용들이 많아 알아가는 기쁨을 누렸고, 인상주의 미술의 탄생과 사회적 배경, 그리고 현대미술의 탄생전까지 뼈대를 구축해 놓은 기분이다. 힘들었지만 뿌듯함은 백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