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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철학을 삶에 적용하는 법
글쓴이 나난희

열네 명의 철학자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사람이 에피쿠로스였다. 소 제목은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이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쾌락은 좋고 고통은 나쁘다'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쾌락에 대해서 나쁜 선입견이 있다. 쾌락하면 일시적이고 육체적인 쾌락을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장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쾌락에 대해 제대로 정의하고 있고, 그 쾌락을 즐기며 살라고 조언한다.

B.C. 431년에 태어난 에피쿠로스는 현재의 나에게 '쾌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에피쿠로스는 향락주의자가 아니라 평등주의자였다.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기는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

202쪽

고 에피쿠로스는 말한다. 나는 늘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많은 것을 가질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면 감사함을 느낀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쾌락으로 대표되지만 실제로는 수용의 철학이자 감사의 철학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쾌락은 큰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고통의 부재를 바로 쾌락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왜 고통스러운가 하면 너무 많은 것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해롭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욕망한다.

195쪽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는 것을 욕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다. 자연은 반드시 필요한 욕망을 채우기 쉽게 불필요한 욕망은 채우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해롭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고 필요하지 않는 것을 욕망한다. 이 때문에 고통이 뒤따른다. 필요하지 않는 것을 욕망하면서 그 욕망을 위해서 너무 많은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필요한 것을 조정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많은 물건을 욕망하지 않으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평정이 우리에게 주는 쾌락이다.

욕망이 충족된 상태를 우리는 쾌락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쾌락이 아니라 욕망이다. 부처처럼 에피쿠로스도 욕망을 고통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욕망에는 "자연스럽고 반드시 필요한 욕망"이 있다. 생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욕망인 잠, 식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자연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욕망도 있다. 맨 밑에는 "자연스럽지도,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욕망" 즉 "텅 빈 욕망"이 있다. 나는 두 번째 단계까지는 욕망하는 것 같다. 텅 빈 욕망은 없는 편이다. 수도자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만족스럽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의 종류와 작용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적인 쾌락과 동적인 쾌락을 구분한다. 시원한 물 한 잔으로 갈증을 해소하는 쾌락이 동적인 쾌락이라면 물 마신 뒤 우리가 경험하는 만족스러운 기분이 정적인 쾌락이다. 목이 마른다고 해서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동적인 쾌락은 증가하지만 정적인 쾌락은 생기지 않는다. 당연히 지금의 쾌락이 미래의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욕망은 채우면 안된다. 마약 뿐만 아니라 너무 비싼 음식도 미래의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욕망이다. 나중에 너무 비싸서 맛있는 음식을 못 먹는 상태가 되면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14개의 소제목을 보고 끌리는 장을 먼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제대로 싸웠어야 했는데 억울할 때는 간디처럼 싸우는 법을 읽고, 사는 게 재미가 없다면 에피쿠로스처럼 쾌락을 즐기는 법을 읽으면 된다. 이 외에도 친절을 베푸는 법, 후회하지 않는 법, 역경에 대처하는 법, 잘 늙는 법 등 실용적인 소재를 철학적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으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른 철학 입문서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러한 비법이 있어요'라며 살짝 맛보기를 보여주고 '궁금하면 이런 저런 책이 있으면 더 읽어보세요.'라고 권한다면 이 책은 가려운 등을 확실히 긁어주는 철학 책이다. 어려운 철학이 이렇게 쉬워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것은 저자의 유머 덕분이다. 저자 딸의 재치에도 감탄하며 설렁설렁 읽다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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