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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오티움
글쓴이 옥미선

가끔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답답할 때가 있다. 사는게 힘들고 재미도 없고,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날들이 반복된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다. 심리학자 데니얼 네틀은 한 사람의 10년 후 행복을 예측하는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 조사를 했다. 미래의 행복을 예측하는 데 가장 정확성이 높은 것은 돈도 나이도 건강도 아닌 바로 현재의 행복지수 라고 한다. 내가 지금 행복하면 미래에도 행복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지금 얼마나 행복하느냐가 미래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다.] 19

 

그럼 나는 지금 행복한가?

 

아주 오래 전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환경이 바뀌고 내가 하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불편한 사람들과 계속 얼굴을 맞대는 상황이 원인이었다. 병원에서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떨어지고 나서야, ‘아 내가 우울증이 왔구나우울증 때문에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만성이니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었지만, 약은 먹지 않고 마음을 달리 먹기로 했고 오래지 않아 좋아졌다. 우울증을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은, 내가 있는 곳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었다. 환경도 바꾸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니 우울증은 사라졌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환경이 바뀌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그 일은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내 일을 하면서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 잘 살고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여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여가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일을 하지 않는 날 쉬는 것이 여가라고 생각했었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거나 특별한 활동을 하는 일이 딱히 없다. 하지만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있다. 바로 토요일이다. 그날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매주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책이야기를 나누는 것.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송년회를 겸해 일박을 하기도 한다. 여가에 대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토요일 모임 하는 시간이 여가를 즐기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시간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몇 년 전엔 그림도 배워보고 피아노도 잠깐 배웠는데 금방 실증을 느끼고 손을 놓아버렸다. 예전엔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이젠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단정지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진정 원하는 오티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티움은 라틴어로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말한다. 하지만 모든 여가 활동이 오티움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는 오티움은 다음과 같다.

 

[오티움은 활동 자체로 기쁨을 준다. 매일 매주 혹은 매달이라도 일상에서 즐기는 여가 활동이다. 일정 기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선택하고 즐기고 배우고 심화시킨다, 지속성을 가지고 깊이 있는 배움을 가진다. 그 활동을 통해 삶과 관계에 활력이 생겨야 한다. ] 55~59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만의 오티움을 찾을 수 있을까. 나를 기쁘게 했던 활동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현재 일상을 관찰해 나의 취향을 잘 살펴야 한다. 다양한 실험과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를 잘 알아야 나만의 오티움을 찾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얼마전 어린이들에게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모른다는 답이 많았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나를 잘 알지 못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 일에 몰입을 하고 나의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오티움이라는 말이다.

 

나의 오티움을 찾아 즐겁게 몰입해서 여가를 보낼 수 있다면 작가의 말대로 생활이 달라질 것 같다. 작가도 생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인간관계가 아닌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는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나를 알고 내가 원하는 오티움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봐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