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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글쓴이 이세미


* 도서는 ()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


<역사를 안다고 해서 무슨 쓸모가 있을까마는, 나는 그저 아는 자체가 좋아서 다른 나라 역사를 공부했다. -서문 중에서 >


역사는 좋아하지만 어쩐지 방대한 세계사로 들어서기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책을 선택한 것은 저자님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민주주의 강의와 책을 통해 우리에게 먼저 던지는 질문들과 그것에 대한 답이 매번 허를 찔렀기 때문이었다. 말도 그러할진대 글로 쓰여진 책은 오죽할까, 예감은 들어맞았다.


이미 1988년에 출판된 이력이 있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이나 스스로가 직시한 문제 때문에 새로 다시 책은 20세기 세계사의 11가지 사건을 다룬다. 다시 말해, 20세기를 뒤흔들었던 역사적 사건들, 국민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체득하게 된 드레퓌스 사건 시작으로 사라예보 사건, 러시아 혁명, 대공항, 대장정, 히틀러, 팔레스타인, 베트남, 맬컴 엑스, 핵무기,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에 이르는 굵직한 지구촌의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역사적 사건의 경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련 책들을 탐독하였을지 읽음으로써 절로 알게 된다. 충격과 반전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무지했던 역사적 사실의 실재에 놀라는 한편으로역사만이 아니라 어쩌면 그보다 한 진실들을 마주하며 신음하게 된다. 인간의 욕망이 불러들이는 악에 대해서, 인간의 본능에 대해서, 앞에 이익과 욕심을 탐하느라 정작 가져야 의식들은 무참히 버려둔 나아가는 거침없는 인간의 행위에 대해서.

진실을 마주하며인간적으로, 인간답게, 인간이라면 같은 말이 무색해진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21세기를, 우리는 살고 있음을 깨달으며 인간의 결과적 산물인 미래가 아득해지는 고통을 느낀다.


역사적 사실의 전후 관계를 엮어 내고 나서 첨언하는 저자의 말들이 압권이다. 이념도, 정치색도 집어치우고 세계가 치뤄낸 고통의 서사를유시민식으로거꾸로 읽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적 서술을 위한 탐독의 가치 이상으로 덧붙인 그의 말에 여운을 받아 현실을 체감하고 미래를 직시하며 고통의 눈과 심장이 된다. 어쩌면 지난 20세기의 발자취는 인간을 바로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피할 없는 고통이기도 하다. 인간이 인간의 악을 보다 느끼게 되었다는 것은 그리 만족할 만한 일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책의 가장 가치는 오늘과 내일처럼 우리의 삶이, 세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있다. 마치 오늘과 내일처럼, 어느 먼훗날까지도 존재하고 영원히 살아갈 같은 인간의 착각을 지난 20세기의 고통의 역사를 통하여 바로잡는다. ‘영원성으로 살지라도 반드시 끝이 온다는 절명의 순간을, 절대불변의 이치를 책에서 더할 없이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고 변화해야 것인가, 대한 합의되지 않은, 지난 역사가 증거하듯 어쩌면 끝끝내 합의되지 않을 진실에 접어들며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의 하이라이트 에필로그는 언제나 영원한 없이 끝이 있었던 역사의 줄기처럼, 우리에게 반드시 있을 충격적으로 알리는 악명을 떨친다.

그러나 저자가 소망하듯 역시 바란다. 우리가 허상이 아니라, 인간 앞에 산재한 문제들을 바로 보는 것으로, 적어도 인간의 허상이 빚은 참담한 행위들로 인류와 세계가 멸하지 않기를. 인간의 역사는 저물고 다시 새로운 길을 걸어나갈지라도 지구의 역사는 지속되기를 바랄뿐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이 신이 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인류가 유전자를 조작해 생명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핵전쟁이나 기후변화로 이전에 절멸할 확률보다 높다는 보장이 없다. -에필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