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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원작 소설을 명쾌하게 풀어낸 영화,
작성자 유지은 현대고등학교 3학년 작성일 2017-08-28
작성일 2017-08-28
서점에 가면 늘 청소년 코너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작가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이다. <우아한 거짓말>은 학교폭력에 다양한 입장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많은 학교와 학원에서 독서토론 주제로 선정하는 책이고, 올해 현대고등학교에서 학교 국C 모의법정 시간에 책이기도 하다. 또한 평소 관심 있게 주시하던 작가의 소설이기 때문에, <우아한 거짓말>이 작년에 영화화 되었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을 때 나는 기뻤던 한편 영화가 원작을 얼마나 잘 소화해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감상한 후 그것은 내 기우(杞憂)였음을 알았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원작을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적으로 각색했는데, 그것이 어색하지 않고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잘 버무려졌다. 무엇보다도 소설을 읽은 후에 남았던 아쉬움과 의문을 명쾌하게 해소해주는 각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현 사회 문제의 반영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 보급의 활성화와 함께 SNS 사용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SNS를 통한 학교폭력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사회 문제를 영화 속 사건에 부여했다. 주인공 천지는 5학년 때 친구 화연의 생일 파티에 다른 친구들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한다. 화연이 의도적으로 천지의 생일 초대장에만 파티 시간을 1시간 늦게 기입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6학년 때 다시 반복된다. 소설 속에서는 천지가 파티 장소에 도착했을 때 다른 아이들이 화연과 함께 키득거리고 있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사건은 계속해서 전개된다. 천지의 짜장면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이 SNS 단체 대화방에서 천지를 조롱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신각에 울려 퍼지는 수많은 SNS 알림음과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천지는 고개를 떨궜다. 영화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SNS 공간을 사건의 무대로 삼아, 대중들이 학교 폭력에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다음은 소설 속 암유의 구체화이다. 소설 <우아한 거짓말>에서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의 원인과 목적을 많은 부분 암시적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소설 속 사건들 간의 연계성이 부족한 경우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우아한 거짓말>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바가 독자들에게 완벽하게 전달되지는 못했다는 한계점을 지닌다. 그 예시로 천지가 죽은 후 부모님이 운영하는 보신각의 짜장면 그릇들을 훔쳐서 버리는 화연의 행동을 들 수 있다. 결말 부분에 가까워져서, 화연의 뒤를 밟은 천지의 언니, 만지가 그 이유를 물을 때도 화연은 “상관마세요. 우리 거예요, 우리 거라고요!”라는 말을 할 뿐이다. 소설은 그 이후 화연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아무런 이유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만지가 화연에게 이유를 묻는 그 장면에서 “보신각이 망하면 이사 갈 테니까”라는 새로운 대사가 등장한다. 화연의 이상행동의 목적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설령 작가의 소설 속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영화는 대중들에게 명확한 답을 주었다는 점에서 소설을 덮었을 때의 찝찝함을 가시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결말의 각색이다. 소설 <우아한 거짓말>은 천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의 찰나의 순간, 엄마와 언니가 자신을 구하러 오고 화연이 학교에 같이 가자고 하는 꿈을 꾸며 눈을 감는 장면으로 끝을 맺어 독자들에게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반면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천지가 죽기 전에 남긴 ‘다섯 개의 봉인실’을 활용했다. 다섯 개의 털실 뭉치에는 천지가 엄마, 언니 만지, 화연, 그리고 자신에게 각각 보내는 편지가 들어있다. 아쉽게도 소설은, 천지가 자신에게 보내는 이유와 털실 뭉치를 숨긴 장소(도서관 책장 구석)를 말해주지만, 편지의 내용은 끝끝내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이런 독자들의 아쉬움을 알아챘는지, 결말을 천지가 털실 뭉치를 숨긴 도서관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나레이션으로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지? 고마워, 잘 견뎌줘서.”라는 편지의 내용이 나오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에서의 천지의 편지는 천지 자신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은 이유로 고통 받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응원의 말까지 의미가 확장되었다. 다소 상투적인 결말이었지만, 오로지 상투적이어야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그래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결말은 소설과는 또 다른 슬프고도 따뜻한 결말이었다. 물론 영화<우아한 거짓말>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만지와 엄마가 이사를 간 아파트 옆집에 사는 이웃집 남자 오대오를 중심으로 한 코믹적인 요소가 영화의 주제를 가볍게 만든 것은 아닌지, 학교 폭력 피해자의 죽음 전후의 일상들을 풀어냈을 뿐, 주제를 사회화 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등. 하지만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영화가 필요하듯, 사회 문제 그 전후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 또한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학교폭력이 남긴 상처를 담담하게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자, 원작을 훌륭하게 재해석시킨 영화라고 일컫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