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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쇼코의 미소
작성자 한정아 작성일 2019-12-18
작성일 2019-12-18

쇼코의 미소를 읽고


이미 오래전 유명세를 치른 소설이지만 마음이 조급할 때는 읽지 말라는 지인의 충고 덕분에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하며 조금은 쓸쓸하고 불안하지만 평온한 요즘, 쇼코의 미소는 잔잔한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7개의 단편소설은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삶을 그려내고 있었다. 다양한 배경, 다양한 인물들을 다루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상당한 몰입감이 있었고 마음을 울리는 형태로 다가왔다.


  특히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단편소설 ‘쇼코의 미소’는 읽는 내내 눈가가 촉촉해지게끔 만들었다. 사실 ‘쇼코’라는 일본 이름이 들어간 제목에 대해 은연중에 거부감을 느꼈다. 실제로도 일본인 작가의 소설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일본풍의 소위 ‘오글’거리는 감성으로 서술된다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레짐작한 내용은 책 귀퉁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우리는 솔직하고 지독한 사람들의 관계만을 읽어낼 수 있었다.


  또다시 취준생으로서 공감한 이야기를 하자면 내 꿈과 가치관을 좇아 열망하던 일이 내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실제로 내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에 놓이게 되는 비참함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문장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며 전부 공감이 갔고 형광펜을 들고 울림이 남은 문장을 칠하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거의 모든 문장을 칠해버렸다는 걸 알았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깊은 곳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없는 사람은 없다고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에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속 그늘의 농도와 크기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그늘을 숨기고 살기 때문이다. 나는 내 가족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내 친구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전반적으로 쇼코의 미소는 먹먹함을 남기는 책이다. 죽음을 매개로 관계를 정의하는 서사와 상처 가득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치유받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