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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죄의 죄' - 그녀가 죽어야 하는 이유를 찾으셨나요?
작성자 황초롱 작성일 2021-02-28
작성일 2021-02-28

범죄 소식을 알리는 뉴스를 보면 범죄자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불우하다. 마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부모에게 받은 상처 혹은 학창 시절 왕따 당한 경험으로 인해 범죄자가 되었다는 듯이 들린다. 우울하고 힘든 가정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범죄자가 될 가망성이 더 크다고 말하는 것 같다. 범죄자가 저지른 사건만 보면 '밭 심은 데 밭 나고 콩 심은 데 콩 난다'라는 말에 동의하게 된다. 특별히 사형수의 판결문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역시 그래서 이렇게 됐군'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형수의 과거는 사형수가 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된 거라고 굳게 믿으니까.

<무죄의 죄>는 형이 확정된 사형수에 대해 주변인의 눈으로 사형수의 삶을 재조명하며 진실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소설은 사형수 다카나 유키노의 재판 과정, 사형 판결문을 바라보는 유키노 지인들의 반응, 유키노를 변호하는 사람들의 행보, 형 집행으로 나뉜다. 

다나카 유키노는 옛 애인의 부인과 쌍둥이 딸을 죽인 피고인으로 재판에 선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범행 이유, 목격자의 진술 그리고 강도 치사로 인한 아동 자립지원시설에 입소한 이력까지 더해져 유키노는 범죄자로 확정되어 간다. 그리고 유키노에게 사형이 내려진다. 범행 동기가 충분하고 목격자의 증언이 있으며 범행을 입증하는 여러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는 자신의 판결을 거부한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잘못했다고 빌거나 죄를 지을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한다. 그런데 유키노는 반성도 변명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내려진 판결문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오히려 유키노는 자신의 사형을 원한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그녀가 정말 옛 애인의 가정을 파괴한 악마인지 의문을 남긴다.

유키노는 사형을 받아 마땅한가? 판결문이 유키노가 죽어야 하는 진짜 이유를 제대로 담고 있는 것인가. 판결문에서처럼 그녀의 삶은 범죄를 향해 나아갔던 것일까. 유키노의 인생에 등장한 사람들과 함께 유키노의 진짜 삶을 보게 된다. 유키노의 어머니가 책임감 없는 젊은 여성이라고 소개하는 판결문 문장에서는 유키노 어머니의 산부인과 주치의를, 양부가 폭력을 행했다는 문장에서는 이복 언니를, 강도 치사 사건을 말하는 문장에서는 유키노의 중학교 동창을, 옛 애인을 언급하는 문장에서는 옛 애인과 셋이 자주 어울렸던 옛 애인의 친구를 보여준다. 유키노의 삶은 판결문과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유키노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을 간절히 원하며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유키노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 배신 당하고 거절당하고 버림받았다.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유키노는 대신 고통받고 힘들어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키노는 자신을 버린 사람들을 탓하지 않는다. 한없이 외면당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이고 교수대로 올라선다.

어떻게 유키노는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 하찮게 여겨지고 아무 쓸모가 없다고 느껴질 때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유키노도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았고 그 이유가 있는 동안에는 삶에 충실했다. 하지만 살 이유를 찾지 못하자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죽어야 할 이유 보다 살 이유를 찾이 못할 때 우리는 더 죽음에 가까워진다.

유키노가 죽어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다. 그녀의 판결문과 그녀의 삶은 달랐으니까. 처절했던 유키노의 삶과 죽음을 통해 사형 제도를 다시 보게 된다. 삶을 포기한 사람에게 사형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사형은 꼭 필요한가? 과연 사형을 통해 범인이 죄를 반성하게 되는 건가. 사형 판결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