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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가을
작성자 오수아 작성일 2021-10-31
작성일 2021-10-31

  날이 덥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날이 아직 어둡다. 예전 같으면 환했을 시간인데, 어둑어둑한 바깥을 보니 이제 가을이 조금씩 다가오는구나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바깥 공원에는 예전처럼 사람들이 공원 안 트랙을 저마다의 속도로 돌고 있다. 낯 익은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도 있다. 창을 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근거림이 느껴진다. 새벽의 찬 기운이 들어와 몸이 움츠러든다. 잠이 조금 깨는 것 같다. 


  오늘은 뭘 먹을까? 식탁 위에 어제 먹다 남은 과일이 보인다. 감, 사과, 배... 감 한 쪽은 수아가 데려온 달팽이에게 주었다. 생각보다 잘 먹고 잘 지낸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동물인데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매일 한 번을 들여다 보게 된다. 같은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이 생겨난다. 달팽이도 나랑 같은 생각일까? 아님 나만의 생각인걸까?


  가을엔 챙겨야 할 기념이 있다. 이제 10월이니 조금 있으면 와이프 생일이다. 생일엔 뭘 해줄까? 맛있는 식사와 선물, 그리고 행복한 기억이 많았으면 좋겠다. 수아도 연 초에 비하면 생각하는 것이 한 뼘쯤은 자란 것 같다. 벌써 훌쩍 큰 느낌이다. 


  내 인생이 80까지라면, 나도 이제 초 가을쯤이 된 것이겠지? 마냥 한 여름마냥 짧은 옷을 입고 쉼없이 돌아다니기엔 애매한 시기이다. 겨울을 조금은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한 낮이 되면 더운 것이 아직은 조금은 더 하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오늘.. 이 가을도 어릴 적 그 맑고 투명했던 하루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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