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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미셸 투르니에 민음사 1995)를 읽고
작성자 이명희 작성일 2019-03-26
작성일 2019-03-26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꼭 책장에 꽂아 두고 한 권 한 권씩 읽고 싶다. 그런데 한꺼번에 구입하지는 못하겠고 이번 독서토론처럼 기회가 올 때마다 낱권으로 구매하려고 한다.

오오 방드르디~~ 방드르디~~

솔직히 로빈슨 크루소의 패러디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인문고전을 읽으면 쪼금씩 유식해지는 기분은 바로 이럴 때의 이 기쁨 때문일까?

버지니아호는 태풍을 만나 난파되고 로빈슨은 홀로 섬에 살아남게 되었다. 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처음 보는 섬의 탐사를 끝내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실천한다. 희망의 섬 ‘스페란차’라고 이름 지었다. 이른 시간부터 기도하고 울타리를 쳐서 염소를 가두어 우유를 얻고 밀농사를 짓고 항해일지를 써간다. 혼자이기에 규칙을 정하고 오히려 여유롭기에 그것에 따라 실천을 해낼 수 있는 것 같다. 사회생활과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 우리에게는 불가능하다. 로빈슨은 빵도 구울 줄 알고 우유로 치즈를 만들 줄도 알며 글을 쓸 줄 안다. 스페란차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문명을 경험하였다기 보다는 주인공의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본능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P.52 아래쪽 3행

“이리하여 대양을 휩쓸면서 모든 인류에게 기발을 전해야 할 신호가 기껏 이끌어 들인 것이 그 자신, 오직 그 자신뿐이었다니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정말로 와닿는 부분이다. 빵 웃음이 터졌다. 내가 놓은 덫에 자신이 걸린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우연히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 준 원주민 아이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이름은 ‘방드르디’. 금요일이라는 뜻이다. 방드르디는 로빈슨을 주인처럼 모시고 순종하지만 원시생활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로빈슨은 그런 그를 혐오하면서 스페란차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된다.

로빈슨은 무인도에서 우선 시계를 만들고, 양식을 축적하도록 농경생활을 열심히 만들어 갔다. 방드르디는 모든 것이 폭발해 사라지자, 사냥하고 동물가죽을 이용해 연으로 놀고, 그것이 연주하도록 만들었다. 문명인과 자연인의 큰 차이점인 것 같다.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지만 결국 서로를 웃게 하고, 로빈슨도 방드르디를 좋아하게 된다. 어느 날 화이트버드호가 스페란차 해안에 들어왔다. 이제 탈출할 수 있다는 기쁨은 잠시뿐, 헌터 선장과 그 일행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로빈슨은 스페란차에 28년을 살았고 자신이 늙었다는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방드르디는 몰래 화이트버드호에 올라타 섬을 떠난다.

이 책에서는 방드르디 VS 죄디(화이트버드 호의 소년 자안)를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좋았다. 방드르디는 자유를 찾아 몰래 스페란차를 떠났고 어린 소년 자안은 몰래 스페란차에 들어와 남았다. 다른 듯하지만 두 소년처럼 자유를 찾아 탈출할 수 있을까?

나는 기존의 모든 것을 버리고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순간의 힘듦을 이겨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버릴 수 있는 기회나 그런 상황은 또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어려운 상황도 대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