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나와 제일 친한 친구에게
작성자 김현진 작성일 2019-11-24
작성일 2019-11-24

  안녕, 나야 현진! 내가 왜 갑자기 편지를 썼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내가 지금 2019년 한 해 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데 네 생각이 나기에 편지지를 꺼냈어.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시점은 11월을 마지막 한 주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야. 아마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는 같이 전주에서 즐겁게 놀다가 와서 집에 도착한 후겠지? 1월에는 내가 저번에 보냈던 카페 여행하자. 요즘 카페를 가는 게 너무 좋아져서, 우리 지역에 있는 카페들을 다 가보고 싶어. 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긴 하지만.

 

  오늘도 나와 함께 해주고,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 지옥 같던 2019년을 군데군데 밝혀줬던 건 너와 함께 놀았던 날들, 연락을 하며 주고받았던 대화들, 전화로 나누던 모든 이야기들이야. 니가 지쳐서 떠날 수도 있었을텐데 이렇게 친구라면 당연하다며 내 곁을 지켜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지곤 해. 너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요즘 솔직히 말하면 항상 괜찮지는 않아. 가끔씩 밤마다 찾아오는 기억들에 울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고, 속상할 때도 많은데 너와 함께 있으면 무얼하던 즐거워.

 

  약속이 있는 날은 너무 기대되고, 그 날 하루는 정말 행복만으로 가득 차. 무언가 거창하게 하지 않고, 같이 만나서 삼겹살과 막창을 먹은 후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에도 즐거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곁에 있어서 그런 건가? 그네만 타도 즐거워,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뭔가 연애편지 같아. 오글거릴수도 있겠지만, 진심이야. 진짜로 그렇게 느꼈어. 너의 선물들도 정말 바닥이 보일 때까지 천천히 아껴서 쓰게 되더라.

 

  아 그리고, 나의 슬픔들을 모두 안아주어서 고마워. 나도 최근에 누군가의 우울들을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있는데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더라.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고, 내 말 한마디가 이 사람에게 상처가 될까봐 조심스러워지기도 하고. 니가 얼마나 힘들고 지쳤을지 짐작이 안 되어서 더 미안하다. 긴 시간동안 함께 있어주고, 내가 극복할 때까지 기다려줘서 정말로 고마워. 앞으로는 내가 너에게 그런 버팀목이 되어줄게.

 

  우리가 중학생 때 알게 되었고, 함께 한 해는 얼마 안 되었지만 이렇게 친한 것을 보면 우정은 시간과 정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아. 너와 함께하면서 정서적 교류를 하고, 진심을 가지고 있다면 친밀감과 우정도 무럭무럭 자라난다는 걸 느꼈어.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준다는 걸 느낄 때마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더라. 정말 고마워. 내가 행복해진 건 너의 도움이 큰 것 같아.

 

  나이를 한 살 더 먹기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때? 나는 요즘 현실에 안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고민이야. 너의 말대로 그동안 내가 어른스러운 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아직 완전히 성장한 건 아닌가봐. 내가 내 미래를 책임지고 설계할 자신이 없어. 너무 이른 생각인건가? 아니면 내가 지금 너무 행복해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건가?

 

  너의 2019년이 어땠는지는 내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2020년에는 니가 행복에 겨워 맨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먹고, 영양도 잘 챙기고, 1월에 또 만나자. 새해복 많이 받아!


(고등학교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