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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포에버 세븐틴
작성자 이창재 작성일 2020-08-11
작성일 2020-08-11

젊음은 신의 꼬드김에 넘어간 대가

너는 애초에 그곳의 소유물이었나

악마는 천상의 모습을 지녔다 전해지고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신은 예로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하필 무대 위 네 줄의 리라를 누르던 너

맴도는 음 하나하나가 너무도 소중해서

질려버리면 어쩌나 조심히 아껴 듣던

우리는 얼마나 많은 명복을 빌었을까

가끔은 신나는 것이 더 슬플 때가 있다

 

쏟아지는 빗방울 전주곡

우비를 쓰고 애써 젖은 네 모습은

마치 한 끗 차이의 자유였고

두꺼운 터틀넥 스웨터 뒤로

감춰진 입술은 읽을 수 없었다


잔뜩 습기를 뿜어내는 찻잔

뜨거움을 연주하는 손끝엔 소리가 맺히고

어디선가 흐르는 옅은 머스크 향

그 위로 하얀 꽃잎을 띄웠다

 

지금은 51분이 불완전한 254번째 열일곱

다음에 눈을 뜨면 부디 정답이길.

같은 나이가 되면 마주하자 말하고

 

시인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네가 불렀던 시어들을 귀에 그득 담으니

너는 이미 시인이었다

 

시간의 틈에 기록된 너를 찾아보려 해

남은 것은 유한하고 무한한 것은 열일곱

더 이상 새로움이 없다는 사실에

문득 두려웠다



-중학교 3학년 이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