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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변화
작성자 김현진 작성일 2020-11-15
작성일 2020-11-15

그동안 나는 버려지고, 배신을 마주해도 사람을 계속 믿고 좋아하는 삶을 살았었다. 예전부터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었기에,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과 끝내는 건 쉽지 않았다. 옛 정이 무섭다더니 그 말 틀린 게 없다. 상처를 받고 기분이 상해도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나에게 뼈에 새길 수 있을 정도로 가슴에 깊이 남은 깨달음들이 최근 변화를 불러들였다. 그 여러 깨달음들 중 첫 번째는, 내 마음을 괴롭히는 말들을 하는 사람은 아무리 오래 알고 지냈어도 가차 없이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성격이 칼 같은 편인데도, 내 유년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이라 이 사람에게만 판단력이 흐려졌었다. 그렇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나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회상해보면, 행복했던 기억들도 많았지만 그 사람은 내 자존감을 무너뜨린 주범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끊어내야 한다는 말과 글귀들을 꾸준히 봤었는데, 그 땐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이젠 그 누구보다도 공감한다. 나도 그 사람에게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었겠지. 그러니 이 관계는 여기서 끝내는 게 맞다. 이기적이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려나. 사실 맞다. 그렇지만 나도 나를 위해서 이기적인 사람이 한 번쯤은 되어보고 싶었다.


넌 지금 나를 욕하고 있을까? 아마 그렇겠지. 어긋난 사람에게는 자신의 잘못을 외면한 채 인신공격을 일삼으며 미워하는 사람이었으니. 너에게 미움을 받아도 난 괜찮다. 너와 이 인연을 유지하며 괴로울 바에는 그 욕들을 먹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나를 희생하면서 한 배려는 상대방에게 나의 권리를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살면서 내 인생의 모토는 누군가를 배려하며, 이기적이지 않은 삶을 살자는 거였는데, 그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 나를 헌신하면 할수록, 나를 더 짓밟을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아닌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게 되며 인식이 이상하게 바뀌었다.

 

세 번째, 나를 낮추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도 납작 엎드리면 돌아오는 건 무시와 비웃음뿐이다. 내 권리를 주장해야 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엉켜서 푸는 게 어려워진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 못하며 할 말들을 삼켜왔었는데 그럴 필요 없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러라고 한 적이 없었는데 왜 나는 주눅이 들어 살았을까. 사실 이 점을 고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시작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한 번 해보니 마음이 불편해서 견딜 수 없었다. 나중에 그 순간을 떠올리며 그 땐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고 자학하겠지만.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서, 예전과 다르게 냉정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난 변화한 내 모습이 좋다. 감정에 의존하지 않으니 우울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내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을 거고, 언젠가 다시 떠오르겠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야지. 걱정을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성격이 안 바뀐다고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변화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