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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려에도 소통이 필요하다
작성자 노윤 작성일 2022-05-12
작성일 2022-05-12

소통이 없는 배려는 잘못된 배려다. 나는 그동안 나보다 상대방을 항상 우선시하는 게 배려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상대방이 하고 싶은 것을 했고 내가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움을 주려고 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나의 이런 행동에 고마워했고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에게는 편하게 대하던 사람들이 나에게는 조심스러운 게 느껴졌다. ‘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일이 없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그런 나를 보시고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배려를 할 때도 소통을 하면서 해야 한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내가 간과했던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는 배려가 상대방에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만 한 나머지 상대방이 나를 배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했다. 나는 상대방과 소통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은 내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놓았다.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나는 내 의견을 내세우지 않았다. “뭐 하고 놀래?” “뭘 먹을까?” 하는 친구들의 질문에 나는 “아무거나 좋으니 너희가 원하는 대로 하자”라는 대답을 했다. 어른들과 만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시겠다고 해도 나는 내 마음속 대답을 피하고 “아무거나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이기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론 혹시나 내가 잘못된 요구를 해서 상대방이 피해를 볼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항상 상대방에게 선택을 하게 하고 그 선택을 따랐다. 상대방도 나를 배려해서 내가 원하는 것에 맞추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텐데 나는 그럴 기회를 주지 못했다.

   나는 도움을 주려고만 하고 받는 것은 피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내 상황에 관계없이 일단 도우려고 나섰다. 반대로 내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오게 되면 괜찮다고 말하며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상대방을 도울 때는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반대로 도움을 받을 때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인데 괜히 상대방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도움을 마다하고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상대방도 나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미안함을 느끼고 기쁜 마음으로 나를 돕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마음까지는 배려하지 못했다.

  나의 이러한 일방적 배려는 점점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배려에는 상대방과 내가 서로를 이해하며 맞춰가는 소통의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그랬듯이 그들도 내가 원하는 선택을 위해, 나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양보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한 마음까지 생각하는 게 진정한 배려였지만 나는 배려를 나보다 상대방을 위하기만 하면 되는 걸로 생각했다. 이런 일방적인 배려 때문에 나는 상대방과 소통하지 못했다. 그들은 배려를 받기만 하게 되는 나와의 관계에서 부담감과 불편함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나와 거리를 두었다. 결국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자 했던 행동이 의도했던 것과는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나는 더 이상 일방적인 배려가 아닌 소통하는 배려를 할 것이다. 나는 그동안 잘못된 배려를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아버지는 한 마디 말씀으로 나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주셨다. 공생(共生)은 기생(寄生) 과는 달리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한다. 즉 소통이 이루어지는 관계다. 인간관계에서 기생의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공생의 관계만이 지속될 수 있다. 사람은 무언가를 받으면 그만큼 무언가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누군가 나의 의견을 물으면 이전보다 자신 있게 내 생각을 말하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곧 상대방이 나를 배려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도움도 필요한 순간엔 굳이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도 나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소통을 통해 더 깊은 배려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