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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학회실
작성자 이수진 작성일 2019-01-28
작성일 2019-01-28

로비, 오전과 오후가 지나면 적막한 그곳,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목소리도, 이야깃소리도. 그저 크게 들리는 것은 발자국 소리 뿐. 길어지는 그림자를 따라 학회실을 향해 걸어간다. 낯선 이방인처럼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두리번거리다, 오래되어 글자가 희미해진 팻말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내려갈 때 형광등이 반쯤 꺼져 있는, 사람 하나 지나가지 않는 시간, 공간.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낯선 곳으로 향한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당도한 학회실의 문은 아직 굳게 닫혀 있다. 열쇠로 숫자를 맞추며 자물쇠를 풀 때, 어디선가 알 수 없는, 그저 세월의 흔적이 담긴 오래된 묵은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학회실의 불빛이 켜지기 전, 어디에선가 창문 틈 사이로 옅은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따라, 스위치를 찾는다. 때는 바야흐로 겨울이라는 계절이 다가왔을지라도, 창문 사이의 좁은 틈새와, 문 밖에서의 서늘한 기운이 공허함과 계절의 모호함을 남긴다. 그 때문일까, 흰색으로 도배되어 있는 틈은 세월의 흐름을 반영하는 듯 알게 모르게 어디에선가 회색빛이 돌고 있음이, 손 끝으로 느껴졌다.


길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ㄷ자 소파에 잠시 앉아 고개를 돌려보니, 나의 시선을 끄는 곳에는 한 화이트보드가 있다. 하트며 별로 아기자기하게 장식되어 있는 방향에는 학회원들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별과 하트, 의문의 장식으로 누군가가 그 누군가에게 전하는 말 말 말, 소리 없는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문득 생각이 잠겨 있을 무렵, 시간이 얼마나 지났던가, 학회실 한가운데 낡은 소파에 앉아 그저 천장을 올려다보며 침묵을 지킬 때, 누군가 하나 둘, 빈 학회실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복하며, 옅은 미소와 함께, 고요함은 활기로 허공의 공허함을 가득 메운다. 마음 속에 처음 만났던 학회실의 모습을 간직하며, 그곳에 발자취를 남긴다. 겨울의 어느 날, 601분.


(이수진, 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