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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류는 스스로를 알고 싶어한다. ('시간의 역사'를 읽고...)
작성자 이종화 작성일 2020-01-02
작성일 2020-01-02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입시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을 과학 과목들이다. 수 많은 종류로 나누어진 여러 과학들을 공부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세상이 정말 특정한 규칙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세상을 꼭 이렇게 많은 부분으로 나누어 이론을 개발해야 할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세상을 하나의 규칙으로 설명 할 수는 없을까?”우연히 본 칼럼에서 물리학자들의 그러한 시도가 이미 T.O.E(Theory Of Everything)라는 제목으로 진행 중임을 알았다. 여러 가지의 것들을 하나로 묶다니! T.O.E라는 제목대로 하나의 것으로 여러 상황에 사용 할 수 있는 다기능적 이론이 발견된다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생길 것 같았다. 그러한 하나의 이론에 도달하기 위한 지금까지의 과학사적 행보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적절한 자료를 찾다가 초등학생 시절 무심코 읽었던 스티븐 호킹박사의 명저 시간의 역사가 떠올랐다. 그때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고 제목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때를 떠올리며 시간의 역사를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시간의 역사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선에 대한 역사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세상인 지구에 대한 생각은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였다. 왜냐하면 지구는 매우 큰 구이기 때문에 지구라는 구의 표면의 비교적 일부분만 살는 인류에게는 땅이 평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월식 현상으로 지구의 그림자를 보는 등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가 여럿 나와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었다. 인류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도 지구에서 우주까지 세상의 시선을 넓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구를 중심으로 행성들이 돌고 있는 우주 모형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가 발표한 우주 모형은 천체관측을 통해 얻은 자료와는 맞지 않았지만, 신의 창조물인 인간이 모든 것에 중심이라는 종교적 사상에 의해 많은 사람들은 지구 중심의 우주 모형을 정설로 받아 들었다. 종교적 사고가 눈으로 관측한 사실을 무시할 정도로 사람들의 사고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옛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일부 알 수 있었다. 종교적 사고에 맞는 이론이 사람의 머리에 진실로 남아있는 와중에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도는 우주 모형 (태양계)를 발표하였다. 다른 과학자들의 수정을 거친 그의 모형은 관측된 사실과 아주 잘 들어맞았고 미래에 일어날 행성들의 행보를 아주 잘 예측했다. 그러한 결정론적인 이론은 당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에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행성들의 움직임은 뉴턴의 분석에의해 더욱 논리적인 설명이 보충되었다. 뉴턴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들이라는 책에서 세상에 대한 자신의 분석을 세간에 알렸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뉴턴은 물체의 움직임에 수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했다. 수학을 이용해 뉴턴은 물체의 움직임들을 더욱 논리적이고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고 몇 가지 임의의 단서만으로 미래의 물체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예측하였다. 하지만 뉴턴도 자신의 직관적 사고와 충돌하는 것이 자신의 법칙에 있었다. 도로 위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생각해보자. 도로에 가만히 서 있는 사람에게는 그 돌멩이는 정지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 위 달리는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돌멩이를 봤을 때 그 사람도 돌멩이가 정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돌멩이가 움직이는 상태로 보일 것이다. 그럼 돌멩이의 운동상태를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도로 위에 서 있는 사람의 의견과 차를 타고 있는 사람의 의견은 모두 맞다. 다시 말해 물체의 위치를 결정하는 데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뉴턴은 이러한 절대적 위치, 절대공간의 부재를 많이 불편해했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를 믿고 있던 뉴턴은 절대자인 신이 만든 세상에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부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뉴턴은 시간의 절대성을 믿으며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했다. 하지만 시간의 절대성 또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무너지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혹은 큰 질량을 가져 시공간을 왜곡시킬수록 관찰자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정도가 달라짐을 증명하였고 기존의 뉴턴의 중력이론이 증명하지 못하였던 현상들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는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이론은 우주를 이루는 시공간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우주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인슈타인은 팽창하지도, 수축하지도 않는 정적인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일반상대성이론에 추가적인 수(우주상수)를 두었다. 하지만 천문학자 허블이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후퇴한다는 것을 관측했다. , 우주는 팽창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관념에 맞추기 위해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까지가 지금까지 이루어진 거시세계에서의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물리학 이론들의 역사이다. 위에서 소개한 새로운 이론이 발표될 때마다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세계관을 위해 비논리적인 실수를 범한다는 점이다. 프톨레마이오스와 뉴턴은 자신의 종교적 사상의 절대성을 위해 자신의 이론에 근거 없는 요소를 부여하였다. 아인슈타인도 우주가 정적일 거라는 생각을 위해 같은 실수를 범했다. 나는 이들이 왜 이런 실수들을 반복하는지 고민에 사로잡혔다. 고정관념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이들이 실수에 대해 나름의 개연성을 알 수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특정 사실이 사람들의 옹호를 받으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이 고정된다. 그러한 고정된 사고는 빠르고 편한 사고를 위한 일종의 양식이 된다. 복잡한 사칙연산을 속도와 편의를 위해 계산기에 의존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고정된 사고는 생각의 다양성에 제한을 주고 획기적인 발상을 하는데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편의를 위해 사칙연산을 할 때마다 계산기를 이용하면 사람 자신의 암산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앞서 말한 과학자들도 이와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었다. 자신이 굳게 믿어온 것에 맞추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고정관념의 개념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그들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수다.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온 인류는 오래전부터 우주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이 여럿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사는 이 우주의 시작이다. 앞서 말한 허블의 관측 결과로 우리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우주가 팽창한 과정을 되돌려 보면 어떻게 될까? 우주가 한점으로 수축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추측은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으로 증명되었다. 우주배경복사란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오는 마이크로파를 말한다.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같은 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지금의 우주 표면의 모든 부분들이 한 곳에서 생겨났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우주가 처음을 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태까지 많은 과학이론들은 몇 가지 조건을 알면 미래의 운동상태를 정확히 예측해왔다. 우주도 초기조건에 대한 정보를 알면 우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초기조건을 분석할 수 있는 도구는 현재의 물리학을 이끄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거시세계에서의 운동을 잘 설명할 수 있고, 양자역학은 미시세계에서의 운동을 설명하는데 사용한다. 하지만 두 이론이 공존하기엔 모순점이 존재하며 그 두 이론을 통합하는 것이 큰 숙제이다. 과학자들은 두 이론을 통합한 것을 양자중력이론이라 칭한다. 양자중력이론이 발견된다면 우주의 진화에 대해 분석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세계를 설명하는 이론과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이 통합되면 미시세계의 규모에서 작동했을 우주의 초기상황을 분석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우주의 진화에 대해 알게 되면 인류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여러 힘들을 정의하며 연구했다. 현재는 4가지의 범주로 힘들을 분류하는데 성공 하였다. 질량을 가진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인 중력, 전하 간에 작용하는 인력과 척력인 전자기력, 원자핵의 중성자와 양성자를 묶어두는 강력과 핵의 붕괴에 관여하는 약력이 그 네가지다. 이제 4가지로 줄인 힘을 하나로만 합치면 T.O.E가 완성되는 것이다. 지금은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 힘을 통합한데 성공한 상황이며 중력까지 합친 이론을 만드는 것을 과학의 궁극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T.O.E의 발견이 세상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 될지는 모르지만 인류가 쌓아온 과학에 큰 업적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인류는 세상에 존재하는 힘들을 하나의 규칙 즉, 하나의 방정식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마냥 생각해보기에는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알려진 세상의 규칙들을 설명하는 수많은 공식들은 그동안 관측돼온 사실들을 잘 설명해왔으며 미래에 일어날 일들도 잘 예상해왔다. 운동방정식으로 흔히 잘 알려진 “F=ma”는 물체에 가해진 힘을 알면 물체의 속도 변화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운동방정식은 물체의 운동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럼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방정식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불확정성의 이론의 범위에서 말하는 관측의 한계 내에서모든 것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의 행동마저 정량적인 계산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그 이론은 엄청난 활용도를 가질 것이며 여태의 과학사에 있었던 고정관념의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인류에게 다시 고정관념의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제는 어째서 여태까지 이 세상을 살아왔던 인간들이 세상을 탐구하고 자신의 지식의 경계를 넓혀 가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우리는 자신이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와 이곳에서의 존재의의가 궁금한 것이다. 어째서 지구의 모양을 생각하고 행성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고민하겠는가? 어째서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고민하겠는가? 어째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이론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겠는가? 모두 자신이 존재하는 세상에대해 탐구하고 자신이란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인류는 그런 것들을 연구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수천년 전부터 이어져 온 사람들의 지성사는 곧 자신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고정관념의 함정에 걸리는 등 실수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나는 자신과 인류의 의미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친 앞 세대의 지성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들을 응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류의 지식이 계속해서 계승된다면 시간의 역사는 더 많은 내용을 가지게 되고 자신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