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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서평][마음 시툰]<용기 있게, 가볍게>, 김성라 글/그림, 박성우 시 선정, 창비교육, 2020
작성자 고청훈 작성일 2020-06-21
작성일 2020-06-21

일상이 무료할 땐 '시() 침이라도 맞고 볼 일'

 

한때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을 믿었다. 꼭 행운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찾아올 것 같은 기대감만으로도 좋았다. 풀밭에 핀 꽃들보다 주변에 핀 토끼풀에 열중했다. 중학생 시절 국립현충원 봉사 활동으로 잔디 사이에 핀 잡초를 뽑는 중간중간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잡초를 뽑는 시간보다 네잎클로버를 찾는 시간이 더 많기도 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네잎클로버 찾기를 그만두었다. 찾아 올 가능성이 희박한 행운을 위해 일상의 행복을 소홀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차싶었다.

 

또 한 때는 낙엽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낙엽을 공중에서 낚아채기도 했다.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면 나무 주변을 서성이기도 하고, 일부러 나무 밑 벤치가 있는 공원을 찾아 나무만 쳐다보고 앉아 있기도 했다.

 

벚꽃비 내리는 4월이며 부러 꽃비를 맞으러 벚꽃길을 걷고, 벚꽃잎을 잡으려 애쓰기 했다.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리고, ‘봄엔 아무 꽃 침이라도 맞고 볼 일이라는 함민복 시인의 시 <봄 꽃>은 벚꽃길을 걷고, 떨어지는 낙엽을 잡고, 네잎클로버를 찾던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했다.

 

함민복, <봄 꽃>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
)
봄엔
아무
꽃 침이라도 맞고 볼 일
(118
)

 

<용기 있게, 가볍게>는 시를 모티브 삼아 무심히 지나는 일상의 순간과 기억을 카툰으로 전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불안한 마음을 위로해주고, 동심을 잊은 어른들에게는 다시금 동심을 일깨워준다. 무료하고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선을 끄는 건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종이 위에 남는 건
평범한 사람, 독특한 사람,
푹 꺼진 눈의 무료한 사람.
(268~269
)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는 기형도 시인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은 내 이야기인 것 같아 뜨끔했고, 다시금 나 자신을 사랑해야겠다마음먹는 계기가 되었다.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272
)

 

언제나 실패는 두렵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얻는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늘 주저한다. ”시를 안 쓰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 시를 써서 웃음거리가 되는 편을 더 좋아한다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선택의 가능성>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선택의 가능성>
시를 안 쓰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
시를 써서 웃음거리가 되는 편을 더 좋아한다
()
존재, 그 자체가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348~349
)

 

비록 평범한 일상 일지라도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 일말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용기 있게, 가볍게> 일상을 도전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