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운동회날
작성자 권남희 작성일 2002-10-03
작성일 2002-10-03
오늘은 운동회날입니다. 모두들 들떠있습니다. 저는 운동회날 두둥실 두리둥실 날아가는 풍선입니다. 모두들 저를 좋아하지요. 우리 풍선들은 사람들의 손에서 떨어지면 하늘로 날아가다 터져버립니다. 그러니까 모두들 사람들 손에서 떨어지기 싫어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반대 입니다. 이렇게 줄에 매달려서 사느니 하늘로 올라가 팡!하고 터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사람줄에 매달려서 있으면 얼마 못가서 터져버리거나 아니면 하늘로 날라가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호시탐탐 나라갈 기회만을 노리고 있습니다.
운동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 상냥한 바람이 저를 불렀습니다. 아마 저의 표정을 보고 저의 마음을 읽었나 봅니다.
"풍선님풍선님 무슨 걱정이 있나요? 얼굴에 걱정거리가 가득차있군요."
"예 바람님. 바람님이 생각하신대로 큰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저는 이 줄에 매달려 있는것이 정말 싫어요. 바람님이 저를 도와주세요. 제발 절 붙들고 있는 저 꼬마아가씨의 손을 간지러 주세요. 그럼 저는 자유의 몸이 될수 있습니다."
"저는 얼마든지 풍선님을 도와드릴수 있지만 그런 부탁을 하는 풍선님을 이해할수 없군요. 정말로 당신을 하늘로 올려보내도 괜찬나요?"
"네. 제가 원하는 일이니까요."
바람은 긴가민가 망설이면서 고민을 하다가 그 꼬마 아가씨의 손을 간지럽혔습니다. 꼬마아가씨는 열심히 응원을 하면서도 틈틈히 제가 손에서 떨어질가 힐끔힐끔 쳐다봤습니다. 바람은 꼬마아가씨를 더 럽혔습니다. 드디어 꼬마아가씨가 저를 놓았습니다.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하지만 꼬마아가씨는 저를 놓쳐서몹시 기분이 상한가 봅니다. 꼬마아가씨는
"내 풍선! 풍선아 거기서!"
꼬마아가씨는 저를 잡으려고 운동장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운동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노을이 져가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뉘였뉘였 서산으로 넘어갑니다. 저는 터져버려도 슬프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제일로 아름다운 노을을 봤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