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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와서
작성자 김정현 작성일 2002-11-03
작성일 2002-11-03
나는 이번 고2에 올라오서 생전 처음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왔다. 남한에서는 한라산 다음으로 높다는 해발 1915m의 천왕봉을 오른기는 정말 힘들었다. 지리산 천왕봉을 가게된 것은 물론 내 뜻이 아니다. 가을 테마소풍의 목적으로 담임 선생님의 반강요로 가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천왕봉 가기를 반대했다. 아마 우리 학교 1,2학년 전체 반중에서 우리반이 제일 힘든 소풍을 다녀왔을 것이다.
10월 18일 아침 6시 10분까지 대젛한 버스가 있는곳으로 가야 했지만 그날 난 늦잠을 자서 좀 늦게 출발지에 도착했다. 다행히 버스가 오지 않은 시각이었다. 우린 대절한 관광 버스에 타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지리산으로 가는동안 난 내내 잠만 잤다. 약 2시간 동안 달려 지리산 국립공원 입구(중산리)에 들어서서 간단한 인원점검을 하고 재열을 맞춘 뒤 천왕봉 정상 원정을 나섰다. 물론 처음에는 몸이 가벼웠다. 하지만 말이 천왕봉이지 정말 너무나 힘들었다. 특히 난 발바닥과 종아리에 쥐가 나서 죽는 줄 알았다. 물론 중간중간 쉬어가며 올라도 되겠지만 아이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때문에 나 혼자 편안히 쉬고 있을 노릇이 아니었다. 그래서 너무 힘든대도 정신력으로 버티며 올랐다. 한참을 가다가 길이 두갈래인 곳이 나왔다. 중산리와 천왕봉으로 갈라진 곳이었다. 그곳에서 좀 쉬며 뒤에 오는 친구들을 기다렸다. 물 몇 모금을 마시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같이 가다가 순간 난 좀 쉬었음에도 그 무리에서 맨 뒤에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경쟁심이 발동해서 앞지르기 시작했다. 얼마간 가다보니 또 친구들이 안 보였다. 그런데 또 두갈래 길이 나왔다. 난 오른쪽으로 갔다. 좀 가니까 수직으로 깍여진 큰 바위가 나왔다. 난 이 길이 아닌듯도 싶었으나 이미 다 와 버린 상태여서 무작정 올랐다. 얼마간 가서 계단으로 된 길이 나왔다. 그곳에서 금방전 내 뒤에 오던 아이들과 만났다. 근데 한참을 올라가다 느낀건데 산의 아주 높은 곳까지도 계단과 로프와 다리가 잘 설치돼 있었다. 역시 국립공원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다 목탁소리가 들렸다. 그곳은 바로 법계사라는 절이 있는 곳이었다. 목탁소리를 듣자 난 갑자기 힘이 막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순간 막 뛰기 시작했다. 종전에는 서 있기도 힘들었는데 내가 그렇게 뛰었다는게 신기하다. 법계사에 있는 약수터에서 약수물을 마시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다가 천왕샘이란 곳을 발견했다. 천왕샘은 신기하게도 깍아지른 바위절벽 속에서 물이 나오고 있었다. 약 100m쯤 가자 드디어 그토록 고대하던 천왕봉에 도달했다. 막 돌 하나를 밝고 꼭대기에 오르려는 찰나 우리반의 태상이가 갑자기 7등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유뷰초밥 한 덩이를 먹여주고....그 말은 내가 우리반에서 정상에 7번째로 도착했다는 말이었다. 근데 우연하게도 난 반, 번호도 7번이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초등학생 5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부터 몸무게가 제법 나갈 것 같은 남자 어린아이와 아줌마, 아저씨, 대학생 등등.....근데 난 동네 뒷산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라 정상에서 밑을 보는것도 아주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정상에서 밥을 먹고 단체, 개인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갈 채비를 했다. 다리가 풀린 것 같아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꾿꾿이 내려가다 계곡물 소리가 들려 한번 들려 세수를 했다. 물이 너무 맑고 시원했다. 다시 산을 내려왔다. 드디어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중산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나머지 아이들을 기다리며 쉬다가 나머지 아이들이 다 내려오자 버스가 올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버스에 타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사 주셨다. 산을 오르기 전날 담임선생님께서는 산을 오르고 내려오기까지 7시간이 걸릴거라 예상하셨지만 왕복 4시간에 점심시간 1시간 해서 총 5시간이 걸렸다. 아마 중간중간 쉬지도 않고 힘들게 올랐던 덕택인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난 역시 잠만 잤다. 대부분 친구들이 거의 다 그랬다. 워낙 힘든 산행이었으니까...
이번에 천왕봉을 다녀 온 계기로 사내로서의 '호연지기'를 키우고 어떤 일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내겠다는 생각과 높은 기상을 가지며 성인이 되어서도 세상의 거센 바람에 맞서서 열심히 내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하겠다.
"어떤 역경도 인간의 강한 의지를 꺽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