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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런 친구 있나요?
작성자 김혜원 작성일 2001-11-02
작성일 2001-11-02
저에겐 아주아주 얄미운 친구가 있습니다.
눈치코치는 고사하고 게다가 뻔뻔스럽기 까지 하죠.
그러던 어느날, 우연찮게 저와 친구에게 도서 상품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서점에 들렀을 때였죠.
그 친구와 같이 갔었는데, 그것 또한 얼마나 기분 나빴던지..
혹여 친구가 기분 나빠할까봐 겉으로는 내색 하지 않고 속으로만 끓이며
무거운 쇳덩이가 발에 올려져 있는 것 같은 무거운 기분으로 발을 내딛으며
서점으로 유유히 아주 천천히 들어갔습니다.
전 친구가 행여나행여나 또 눈치 없는 짓은 하지 않을까하며 내심 가슴을 졸였습니다.
그렇게 제가 결국 고른 것은 연예잡지책이었습니다.
잡지 부류의 책은 사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또, 도서 상품권으로
잡지를 샀다는 것 조차가 저에겐 아주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쑥쓰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여 친구에게 먼저 계산하라고 하였습니다.
그 친구 역시 잡지책을 골랐죠.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는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 잡지책을 계산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거기서 큰 소리로 저를 부를 게 뭐랍니까!
또 그 말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 혜원아! 도서 상품권으로 잡지 살수 있대!! 너도 빨리 와서 계산해!!
  빨리 오라니까, 뭐하고 있는 거야!! 응? "

순간 저에게 모이는 따가운 눈초리들을 뒤로 한채, 이미 홍당무가 되어버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냅다 서점에서 뛰쳐나갔습니다.
그게 그 상황에서 저의 최선이자 최후의 방법이었습니다.
말로만 들으면 '에이, 그게 뭐가 창피해?' 라며 태반의 사람들이
말하겠지만 진짜 경험을 해본다면 그런말은 아예 입밖에 나오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뿐이 아니라 그 친구는 자신이 먼저 말싸움을 걸고 나중에 자신이 불리하다
생각되면 다시 말을 바꿔 자신이 꼬리를 내리는 쪽으로 하여 화내는 이로 하여금
동정심 비스무리한 것을 일으키죠.
그렇다고 그 친구의 인격을 무시하면서 까지 저의 속마음을 내비치고 싶진 않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속상합니다.
정말 이런 친구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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