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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자두 내음을 따라서
작성자 장은희 작성일 2019-07-03
작성일 2019-07-03

오늘도 여전히 바빴던 출근 길. 여는 문에 무언가 걸렸다.

투박한 작은 택배 상자 하나가 밤새 문 앞을 지켰던 모양이다.

어제 잠결에 걸려 온 택배 아저씨의 전화를 끊고는 확인도 못하고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천안에 계신 친정 아빠가 밭에 있는 한 그루의 자두 나무에서 수확한 자두를 아이들과 먹으라고

택배로 보낸다더니 그것이었다. 어짜피 늦은 출근 길이라는 생각에 택배 상자를 가지고 들어와

뜯어 보니 빨갛게 익은 향긋한 자두가 반겨 주었다.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맛은 정말이지 끝내준다.

특히 자두를 좋아하는 나는 과일 가게에서도 종종 사먹고는 한다. 그러나 달기는 하지만 이런 자두내음을

풍기는 것을 찾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언젠가 부터 딸기든 참외든 자두든 맛들은 모두 달아지지만

그 과일 특유의 향기가 나지 않는, 향기를 잃은 과일들이 대부분이 된 것 같아 아쉽다.

몇개를 물에 씻어 얼른 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고 출근하는 길, 여유를 되찾기 위해 자두 하나를

꺼내어 한 입 가득 베어 물었다. 먹기 전 코 끝을 스치는 "나는 자두다"의 진한 향과 함께 전해 지는 그 맛은

이맘 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아쉽지만 강렬한 맛이다.


어릴적 엄마와의 기억에는 자두가 있었다. 그때만에도 지금처럼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도

없었고 더구나 서산 시골은 시장을 나가려면 1시간 가량 시내버스를 타야했다.

그런까닭에 트럭에 온갖 부식들(야채,생선,과일)을 싣고 부식차가 마을에 오는 날에는 이웃 아주머니들은

물론 우리 엄마까지도 주머니를 털어내곤 했다. 짠순이었던 엄마는 유독 자두는 봉지로 사지 않고 나무 괘로 된

한 짝을 사고는 했다. 지금도 이유는 알지 못한다. 엄마가 자두를 좋아해서였는지 아니면

언니와 내가 자두를 좋아해서 마음 놓고 실컷 먹으라고 사놓으신건지는..

오랜 세월 아프셨고 그런 까닭에 엄마 곁에서 놀기 보다는 밖에서 뛰어 놀기 바빠 해질녁에나 들어와 밥 먹고 자기 바빴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자두 내음이 향긋한 계절이 되면 왜 안타깝고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유난히 하늘에 계신 엄마가 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