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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주경 <따뜻한 냉정>
작성자 윤영옥 작성일 2020-06-02
작성일 2020-06-02



#따뜻한냉정


박주경 님의 <따뜻한 냉정>을 읽었어요.
박주경 작가님은 KBS 기자이시면서 현재 KBS 뉴스광장을 진행하는 앵커시라고 해요.
제가 TV 뉴스를 거의 안 봐서 몰랐....^^;;;
(뉴스뿐 아니라 TV 자체를 거의 안 보는 편이라고 변명해봅니다.ㅋ)


책을 읽으면서 어쩜 이리 제목을 잘 지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내내 했어요.

기자셨으니 누구보다도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깊이 보셨을 거고
뉴스를 진행하시고 있으니 누구보다도 우리 사회의 비인간성을 많이 접하실 텐데
어떻게 이렇게 '따뜻한 시선'을 계속 갖고 계실 수 있는 거죠?


보통은 많이 알면 정떨어지잖아요.


법조계 계신 분들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한 사람들을 하도 많이 보셔서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지경이라고도 하시고

저도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조금' 일을 하면서 결혼이민자를 대하는 한국 시가의 안 좋은 사례를 많이 접해서
한국의 그 지긋지긋한 '시댁' 문화와 한국 남자들의 그 가부장적인(이라고 하지만 실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 한국 시부모들의 그 무례하고 오만한 언행에 넌너리가 났거든요.
(물론 반대 사례도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세입자보다 건물주가, 고용인보다 고용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시부모&남편은 결혼이민자에게 갑의 지위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오죽했으면 이렇게 중개업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매매결혼은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결혼할 자격이 안 된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은 결혼을 하면 안 된다고 분노를.....ㅡㅡ;;)​​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를 냉정한 입장으로 말씀해주고 계셔서,
정말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은 없을 것 같아요.


날카롭게 비판만 하는 사회비평서는 많아요.
제가 최근 읽은 것들도 꽤 되고요. 그런 책을 통해 물론 새로 알고 느끼고 깨닫게 된 것도 많았어요.
하지만 읽고 나서 마음 한쪽이 편하진 않아요.
저자는 독자들이 그 '불편함'을 느끼게 하려고 책을 쓰셨겠죠.
근데 그 불편함이 깊어지면 더 비관적이 돼버려요.


역시 이 나라는 헬조선이었어. 이 사회는 희망이 없구나. 난 왜 하필 이런 나라에서 태어났을까.... 하는 체념.


이 책은 비판과 격려의 선을 잘 지키면서
내용 역시 사회의 문제적 현상과 개인적 경험의 비율이 적정해서
야단 맞는 느낌 아니고 에세이 읽는 기분으로 잘 읽었어요.


그리고 문장 또한 제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하나하나 명문!
제가 단어의 뜻의 차이를 바탕으로 대구를 이루는 문장 좋아하거든요.
(아... 어떤 건지 설명이 안 되네요...)


박주경 작가님이 그런 식의 문장을 많이 쓰셔서, 읽으면서 계속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ㅎㅎㅎㅎ

작가 소개에는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고 기자들이 다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 사회의 그림자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요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언론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언론에 대한 비판은 없나?
몸담고 계신 직종이라 언급을 피하셨나? 했는데... 후반부에 나오더라고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기자들에 대해....

그래도 박주경 기자님이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계셔서, 그런 기자가 아니어서,
동메달을 딴 선수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는 기자여서 감사했어요.



책의 목차만 읽어도 정말, 탁월한 언어 센스가 느껴지더라고요.

책 읽기의 다양한 즐거움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다음 책도 기대합니다.
어머니에 대한 책을 쓰신다고......
감동이 가득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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