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월의 면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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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허가은 | 작성일 | 2018-05-12 |
작성일 | 2018-05-12 |
오월 중순
내 세계는 학교와 독서실
그리고 아주 가끔 집 뿐이다
이 세계 밖에 갇혀버린 계절
3월 어느날 내리던 진눈깨비도
벚꽃이 만개하던 봄도
오월 특유의 무성한 초록과 따스한 햇살도
나는 면회를 가지 못했다
시험이 끝나고
봄비는 내렸다
나는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뒷산에 면회를 가기로 했다
비내음을 물씬 풍기는 나무와 풀들이
왜 이제 왔느냐며
이슬 맺힌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공부하느라 바빴다며 둘러대는 내게
그들은 고생했다며 신선한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들의 곁을 걸으며 나는 조금 울었다
닭 우는 소리와 풀벌레 우는 소리는
얼마만에 들어보는가
내 전부라고 생각했던 세계가
숨통을 조이는 우물 안이었음을
오월 중순
나는 내 세계가
좀 더 넓어지길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