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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철학편지
작성자 최자민 작성일 2020-01-30
작성일 2020-01-30

"부조리한 권력과 광신에 펜으로 맞선 시대의 정신

추방당한 철학자 볼테르의 기지와 사상의 보고"


사회 초년병 시절 지적허영 가득한 친구들끼리 나름 북클럽을 만들어 삶에 대해 ,철학에 대해 어줍잖게 논하던 시절이 있었다. ⠀⠀⠀⠀⠀⠀⠀⠀⠀⠀⠀⠀⠀⠀⠀⠀⠀⠀⠀⠀⠀⠀⠀⠀⠀⠀⠀⠀⠀⠀⠀⠀⠀

고정된 사회의 지식매커니즘에 대해 우리는 때로는 염세적이었다가 가끔 빛나는 통찰의 작가들을 만날땐 아무것도 아닌 우리의 존재가 경쾌한 토론으로 인해 특별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때 만났던 철학자중 한명이 볼테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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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도 몰랐던 우리는 세상살이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꿈에도 인식하지 못한 채 , 벚꽃 날리는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캉디드처럼 마냥 순수하고 단순한 낙관주의러였던 그 시절이 지금 생각하면 더없이 소중하다.


18세기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시인, 극작가, 비평가, 역사가인 다재다능한 작가 볼테르는 1694년 11월 21일 파리에서 태어났고 볼테르는 필명이며 본명은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 다.


그는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천재적인 지식인이었지만 격동의 18세기를 종교적 광신주의에 맞서서 평생 투쟁하며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비판적이었으므로 영국, 독일, 스위스등으로 망명하며 드라마틱하고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다.

관용 정신 없이는 인류의 발전도 문명의 진보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99권의 책을 쓴 왕성한 저술가 였고 32세에서 35세에 걸쳐 영국에서 3년간 머물면서 보고 느낀 바를 편지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 <철학편지>다. ⠀⠀⠀⠀⠀⠀⠀⠀⠀⠀⠀⠀⠀⠀⠀⠀⠀⠀⠀⠀⠀⠀⠀⠀⠀⠀⠀⠀⠀⠀⠀⠀

그는 1726년 한 귀족과의 말다툼으로 바스티유에 수감되며, 영국으로 망명을 가는 조건으로 풀려나 영국으로 떠난다.


망명생활은 곧 볼테르의 인생과 사상적 경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시기가 되었고, 그는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고 의회정치가 실현된 영국의 모습을 돌아보며 한편씩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

<철학편지>는 영국정치·종교·사상·예술·과학 등 볼테르가 그곳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망라한 책으로 날카로운 시선으로 면면을 관찰하고 프랑스와 비교하며 조국에 대해 유머러스한 독설을 날리는 이 작품은 ‘편지’라는 제목이 붙어 있으나 사적인 편지는 아니며 그렇다고 영국에 대한 단순한 소개서도 체계적인 철학서도 아니지만 무척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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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의 편지중 24개가 영국에 대한 것이며 맨 마지막 25번째 편지만이 영국과는 전혀 무관한 팡세에 대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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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 인간의 비참한 상태, 예정설 등 파스칼의 종교적인 견해에 대해 비판하는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 당시 파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얀센파와 예수회 사이의 교리 다툼이 있던 논쟁의 배경을 알고나니 볼테르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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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동하기 위해 쓴다.” 라고 말하는 볼테르가 2백년이 넘어도 여전히 유효한 보편성인 이유는 사재를 털어가면서 종교적 불관용의 희생자들을 변호하고 재치로 관념을 풍자하며 평생 권위와 권력을 비판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특성과 태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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