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 이기주
작성자 김지인 작성일 2020-04-17
작성일 2020-04-17

책에도 봄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표지에 봄이 왔다. 목련이 곱게 피었다. 창밖으로만 쳐다보던 꽃이 책꽂이에도 예쁘게 피었다. 와, 이제 진짜 봄이구나. 점점 따뜻해지는 공기 속에서, 표지의 목련에서 봄을 발견했다. 봄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기주가 돌아왔다.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라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제목으로.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특히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시간이 갖는 의미는 유한하다는 데 존재한다.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 소중한 순간을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사랑의 여부, 사랑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시간을 아무리 쏟아도 아깝지 않은 대상이 있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느끼는 대상도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었기를. 내가 사랑받는 대상이었기를 희망하게 되는 하루. 


우리를 망가뜨리지 않는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사랑은 줄곧 나에게 기쁜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 행복이 언젠가 깨질 것을 알기에.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는 존재를 영영 보지 못하게 될 때의 슬픔을 생각한다. 참 바보 같은 생각인 걸 나도 잘 안다. 그 생각을 할 시간에 한 번 더 안아주고, 사랑을 표현하는 게 현명하다는 걸 알지만 뜻대로 되지 않더라. 어쩔 수 없더라. 때때로 사랑은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 


솔직히 말하면 좀 아쉬운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였다. 이기주 작가의 작품이라는 말에 잘 읽지도 않고 덜컥 결정한 내 잘못이 큼. 예전에 소개된 글과 새로 쓴 글을 섞어서 쓴 작품이라 너무 익숙했다. 그 책이 이 책이고, 이 글이 그 글인 느낌은 기분 탓은 아니겠지. 요즘에 마음에 안정을 주는 편안한 느낌의 글이 워낙 많이 나와서인지는 몰라도 전처럼 감동하지는 않았다. 


첫 작품 <언어의 온도>를 읽었을 때의 그 감동, 그 인상. 좋은 것만 취하고 추억해야겠다. 더 멀리 따라가면 그 좋았던 인상과 감동마저 바뀔 것 같아서, 이쯤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아무래도 난 여기까지인 듯. 생각해보면 <언어의 온도> 이후로 깊이 공감한 글은 딱히 없었다. 밑줄을 그으면서 읽은 책도 그 책이 마지막이었다. 믿고 읽는 작가였는데……. 아쉬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