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서평]<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살림, 2020
작성자 고청훈 작성일 2020-07-07
작성일 2020-07-07

Yolo, '지금, 여기, 오늘'을 행복으로 채우기

 

죽음까지 열세 시간. 죽음까지 열두 시간. 죽음까지 열한 시간. 죽음까지 다섯 시간.

죽음까지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함은 커져만 간다. 소설의 첫 문장에 애니가 주인공이라고 했고, 죽음의 시간을 예고하고 있으니, 결국 애니가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고의 순간 모두가 죽지 않길 바랬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애니라는 여성이고,
애니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니는 젊었기에 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천국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모든 마지막은 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천국은 늘 우리를 생각하고 있다.(10)

 

이제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적을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 접어들었지만, 나 역시 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직은 끝을 준비할 때는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천국이나 내세, 극락 등을 믿지 않아 이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를 통해 천국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여기, 오늘을 행복으로 채울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지금, 여기, 오늘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천국이라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쓴 미치 앨봄의 전작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과 같이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의 애니도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만난다. 전편이 평생을 놀이공원 정비공으로 살아온 에디가 당도한 천국이라면, 이번에는 억압된 일상에서 벌어진 실수에 대해 자신을 탓하며 살아온 애니가 당도한 천국이야기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럴 겁니다.
하지만 처음에 만나는 다섯 사람은 이유가 있어서 선택됩니다.
지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당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지요.
어쩌면 당신이 알던 이들입니다.
몰랐던 사람들일 수도 있고.(76)

 

우리는 우리 시대가 다른 시대와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우린 한 시대에서 옵니다. 또 한 시대로 돌아가고요.
연결된 우주는 그런 식으로 이해되는 겁니다.(77)

 

모든 마지막은 시작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애니가 죽음 이후 천국에서 순차적으로 다섯 사람을 만나는 동안 우리는 애니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이가 들어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엿보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를 필요로 하면서 삶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모를 거부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부모가 된다.
애니는 로레인과 이 모든 단계를 지나왔다.
하지만 자식들이 흔히 그렇듯 엄마가 희생한 뒷이야기는 몰랐다.(130)

 

너무 어린 나이에 열정만으로 결혼을 선택한 젊은 남녀는 아이를 임신하고, 준비되지 않은 임신으로 온전한 가정을 꾸리지 못한다. 이러한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난 애니는 폭력과 방치 속에 자라나게 된다. 홀로 애니를 키우는 엄마의 불안감에 통제된 환경에서 외롭게 자란 애니는 성인이 되어 엄마 곁을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되지만, 결혼식 다음날 애니는 죽음을 맞이한다.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런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113)

 

사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보잘것없는 사람이라서
아무 일도 안 했다고 생각했어.
너 역시 오랫동안 자신을 실수투성이라고 생각했지.(
)
보잘것없는 사람 같은 건 없어.
실수 같은 건 없다고(211)

 

에디는 천국으로 가는 여정을 말해주면서,()
여정이 끝날 즈음 자신이 인생에 대해
생각하던 모든 게 바뀌었다고 했다.(194)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만나는 사람은 애니지만, 그들로부터 교훈을 얻는 사람은 정작 읽는 였다. 천궁의 여정이 끝날 즈음내 인생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 지금, 여기, 오늘의 삶을 행복으로 채우지 않으면, 나중에도 결코 행복해지지 않으리라는 것. 천국에서 만날 다섯 사람보다 지금, 여기, 오늘내 곁에 있는 다섯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것.

 

우습지. 사람들은 늘 자기 장례식을 궁금해하지.
얼마나 거창할까? 누가 참석할까?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데.
죽으면 알게 된단다,
장례식은 고인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을 위한 절차라는 걸.(155)

 

Yolo(You Only Live Once)! 오직 한번 뿐인 인생. ‘지금, 여기, 오늘이 행복한 삶이면 후회하지 인생이라 자신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