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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그리움의 시간
작성자 노문희 작성일 2021-07-24
작성일 2021-07-24


8월을 일주일 앞둔 지금, 지나온 일 년을 생각했다. 딱 작년 이맘때였다. 우리는 많은 것을 계획하고 들떴었다. 여름 휴가를 같이 지내기로 했다. 적당한 숙소를 예약했고, 맛있는 것도 실컷 먹자면서 한곳에 모일 순간을 기다렸다. 위험한 상황이지만 괜찮을 거로 믿었다. 불안한 상황은 금방 회복될 거로 여겼다. 지나가겠지, 익숙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믿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방역수칙을 지키고, 한여름 얼굴에 땀띠 나도록 마스크를 챙겼다. 가까운 사람들과도 사적 모임을 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날 때마다 전화로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만 되풀이했다. 우리는 정말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일 년의 시간 동안 우리는 가족 모임을 미루고 결혼식을 취소했다. 평소에 귀찮아서, 시간이 안 맞아서 번번이 미루다가 이제는 만나고 싶어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가족들.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거로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평소에 소원했던 전화도 이제는 일부러 더 챙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그리움을 달랠 수 없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전했다. 별일 없다는 말이 이렇게 고마웠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코로나를 경계하며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날들이다.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마음은, 보고 싶은 사람이 많은 그리움으로 변했다. 일 년 사이 훌쩍 커버린 조카는 입학식 없이 중학생이 되었고, 편찮으신 엄마는 병원에 드나들 때마다 몇 가지 추가 절차를 밟아야 했다. 입원 절차에 코로나 검사가 추가되었고, 보호자이자 간병인인 나 역시 매번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환자 본인도 힘들겠지만, 그 옆에서 나는 일상생활과 간병을 함께하기 어려웠다. 거리 두기 단계가 높아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이 금지되자, 이제 우리가 그동안 일상이라고 불렀던 모습은 달라졌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항상 감염병을 걱정하고,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 식당의 칸막이가 익숙하고, 줄어든 외출에 실내 생활을 변화해야 했다. 보고 싶은 마음은 마음으로 담아두어야 했다.


외롭다는 건 누구의 이야기인가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우리는 항상 그리움을 안고 사는 중이다. 못 보니까 더 보고 싶다. 마음껏 얼굴 보고 이야기하며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을 쌓고 싶다. 이번 여름 휴가 때 만나자는 약속은 기한 없이 또 미뤄졌다. ‘다음에라는 시간은 언제쯤이 될까. 그립다는 말을 이렇게 자주 하면서 살게 될 줄 몰랐다. 가슴 한쪽에 새기면서 더 많이 생각하고 담아내는 그리움이었다


그래도 지킬 것을 지키면서 기다린다. 다음에 꼭 보자는 약속을 지키려면 우리는 우리 자리에서 해야 할 것이 있다. 힘들겠지만, 이제 우리는 그리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되었다. 언젠가 만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 만남의 소중함을 배우면서 서로를 더 챙기는 가족이 되었다.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