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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 미안해.
작성자 최민준 작성일 2021-07-28
작성일 2021-07-28

나에게 최고로 똑똑하게 느껴지는 엄마. 그런데 가장 순진하기도 하다. 농담을 하면 진짜로 받아들이고, 거절도 못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다. 얼마 전 휴대폰으로 온 문자를 보고 접속해서 스미싱을 당했다. 늘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던 엄마였는데... "엄마 정신없으니까 말 시키지마." 바쁘시다. 그 날 저녁은 컵밥을 먹었다. 엄마가 해 주지 않아도 전자렌지에 돌리면 먹을 수 있어서 내가 요리했다.

스미싱피해를 검색해보았다. 단순히 악성앱이 깔리는 것인줄 알았는데 엄마 핸드폰으로 온갖 욕설과 협박의 문자와 전화가 빗발쳤다. 혹 내가 엄마 몰래 핸드폰 만진 것 때문에 스미싱을 당한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저녁에 지능범죄 수사팀이 와서 엄마 핸드폰으로 증거를 찾고 있었다. 범임은 찾을 수 없단다. 다만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게 막아야하는데 힘들다는 말만 많이 한다.

다음날 아침일찍 엄마는 직장 대신 경찰서에 가서 수사를 하셨다. 그리고 그 날 저녁 핸드폰도 바꿨다.

나는 엄마가 새 핸드폰하는 줄 알고 '엄마, 나도 핸드폰 바꾸고 싶다.' 이렇게 카톡으로 문자를 남겼는데 내거보다 좋지 못한 핸드폰이었다. 스미싱당한 핸드폰은 새 것이지만 못 쓴단다. 엄마 몰래 내가 그 핸드폰을 쓰고 싶어 몰래 내 유심칩을 꽂았다. 그리고 엄마한테 엄청 혼났다.

"너는 단지 핸드폰만 탐났어? 지금 엄마는 엄마 정보가 다 노출되어서 힘든데... 그 기계에 있던 악성앱 때문에 이렇게 큰 피해를 봐서 바꾼 건데 넌 생각이 있는 거야?"

엄마가 힘들었다는 것은 정말 까맣게 잊혀졌었다. 다만 공기계가 된 엄마 핸드폰이 내가 쓸 수 있나 호기심이 생겼을 뿐이었다. 엄마는 지금도 핸드폰에 인증 문자만 와도 두려워하신다.

엄마, 미안해요. 그리고 엄마 핸드폰 탐내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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