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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연극 비평문
작성자 정유진 작성일 2018-11-16
작성일 2018-11-16

5월의 광주, 광주의 슬픔은 충분히 애도되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이는 민주주의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듯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기리고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재고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역사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되짚어보아야 함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지나온 길에 대해 공부하고, 열사들의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연극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은 그 중 민주 항쟁의 불씨가 되었던 19805월의 광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최치언 작·연출가의 연극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적인 요소는 비유적 시각이다. 극 중 3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인 세수, 타짜, 띨빡이는 공갈사기단으로 그 당시 사회의 소시민들을 대표한다. 그들은 민주주의자도 모르며, 데모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지칭한다. 최치언 작·연출가는 오히려 사회의 정치적 흐름에 무관심하고 무지한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그려낸다. 주인공 삼인방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평화로운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 두목으로 묘사하며, 계엄군들과 경찰들을 광선총을 든 외계인들로 묘사한다. 나아가 몇 십 년이 지난 광주의 상황에 대해 거리감을 좁히고 극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의 역할을 한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광주 시민들에게 가해진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극 중에서 광주 시민들은 로 비유된다. 새들은 서로의 날개가 부딪치지 않을 만큼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평화롭게 하늘을 나는데, 하늘은 너무 크고 넓어서 외로우니까 서로 같은 속도로 날아가면서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난다.”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외부와의 통신이 단절된 광주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연대하면서 함께 싸워나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하지만 무리지어 날던 새들사냥꾼들로 비유된 계엄군들의 무차별 발포에 전멸하고 만다. 이에 타짜는 살려 달라고 외치는 새들을 걱정하는 띨박이에게 저 새들은 지켜줘야 할청둥오리가 아닌 들오리라 말한다. 이는 그 당시 광주 시민들을 빨갱이로 규정하는 정치적 프레임을 나타내며 국민들에게 5.18 민주화 운동의 진실을 은폐하고 그 가치를 저하하는 행위이다.

최치언 작·연출가는 이러한 시각을 통해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금기된 상상력으로 사유되지 못하는 방향에서 바라보기를 원했다. 관객들은 그의 비유적 시각을 통해 조작되고 무관심했던 사건들에 대한 거부감을 지우고 자유롭게 상상하게 된다. 작품 속 비유적 장치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탄압한 정권의 폭력성에 대해 재고하도록 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자들에 대한 추모와 민주주의의 가치 및 발전 방향에 대해 숙고하도록 이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결정은 연기되고 있다. 5·18 특별조사 위원회는 헬기사격에 대해 결정적인 증거를 확립하지 못했고, 전투기 출격대기를 규명하지 못했다. 나아가 선거와 자치제도 등 형식적인 민주주의 제도가 자리 잡은 것을 넘어서서 광주 정신이 계승되고 있는 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대의를 추구하며 외부의 폭력과 억압에도 굴하기 않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정신인 광주 정신을 말이다. 우리가 1980년 광주의 슬픔을 충분히 애도했더라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조금 더 밝아졌을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8학번 정유진